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과 대화하는 최민희 과방위원장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과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25.12.24 hkmpooh@yna.co.kr/2025-12-24 13:45:54/<저작권자 ⓒ 1980-2025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민주당이 24일 자신들이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라고 이름 붙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야당은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입틀막법’이라고 했고, 여권 단체들까지 국가 검열을 부활시킬 수 있는 위헌 법안이라고 비판했지만 이를 무시했다.
이 법의 핵심은 ‘허위조작정보’ 또는 ‘불법정보’라고 판단되면 인터넷과 유튜브에서 삭제하고, 이를 어겼을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것이다. 허위불법으로 판결받은 정보를 2회 이상 유통하면 국가 기관인 방송미디어통신위가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데, 이 규정을 적용할 대상 언론사나 유튜브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사실상 민주당이 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허위불법정보’에 대한 규정도 자의적이고 애매하다. ‘허위정보’는 ‘일부 또는 전부가 가짜거나 사실로 오인되도록 변형한 정보’라고 했고, ‘불법정보’는 ‘인종·지역·성별 등을 이유로 폭력·차별·증오심을 유발하는 정보’라고 했다. 그 규정이 모호해 위헌 논란이 일자 손해를 가할 의도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 같은 조건을 달았지만 모호성은 여전하다.
대장동 사건은 언론 보도로 시작해 수사까지 이어졌는데 대장동 일당이 초기 보도 중 일부 사실과 다른 부분을 들어 허위조작정보라고 고소할 수 있다. 그 결과에 따라 대장동 일당이 뉴스를 삭제시키고 배상까지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 법이 수년 전에 시행됐으면 대장동 사건은 그대로 묻혔을 가능성이 높다.
변호사들이 참여하는 ‘자유인권 워킹그룹’은 “허위나 조작의 기준이 주관적이어서 정부 비판을 ‘가짜뉴스’로 낙인 찍는 것에 악용될 수 있다며 법의 폐기를 인권위에 진정했다. 공적 감시대상인 권력자나 대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막지 않아, 권력과 대기업이 무더기 소송으로 언론 보도를 위축시킬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국가가 직접 개입해 뉴스나 유튜브를 삭제하는 조항은 법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참여연대 등은 “국가기구인 방송통신미디어심의위가 언론사의 인터넷 기사까지 차단할 근거로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정보통신망법과는 별개로 언론사의 사설·칼럼 같은 ‘의견’에도 반론 보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사실 입증 책임을 언론사에 지우는 언론중재법을 내년 초 처리하겠다고 한다. 언론의 정권 비판을 이중, 삼중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천안함 좌초설 같은 가짜 뉴스로 정치적·금전적 이득을 취해온 유튜버 상당수는 친민주당 성향이었고, 민주당도 광우병, 사드 전자파 같은 각종 괴담에 동조해왔다. 그랬던 민주당이 권력을 잡더니 기준도 모호하고 검열 우려까지 제기된 법을 통해 권력 비판을 가짜 뉴스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 그러니 좌파단체들까지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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