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2024년 12월 25일, 한 해의 끝자락과 성탄의 축복이 겹친 날 경남 사천의 한 아파트 단지 앞 도로는 그날 피로 물들었다.
이날 경남 사천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는 참극이 벌어졌다. 10대 여고생 B양은 선물을 기대하고 뒤돌아섰고, 또래 남성 A군은 무차별하게 흉기를 휘둘러 여고생을 살해했다.
사천 여고생 살해 10대 ‘소년법 최고형’ 20년 선고
A군과 B양은 일면식은 없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4년간 교류하던 사이로 첫 대면 자리에서 A군은 B양을 살해했다.
살해 동기는 A군의 그릇된 마음에서 시작됐다. B양에게 호감이 있던 A군은 B양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의심해 살해를 결심했다.
이날 경남 사천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는 참극이 벌어졌다. 10대 여고생 B양은 선물을 기대하고 뒤돌아섰고, 또래 남성 A군은 무차별하게 흉기를 휘둘러 여고생을 살해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갈무리) |
사천 여고생 살해 10대 ‘소년법 최고형’ 20년 선고
A군과 B양은 일면식은 없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4년간 교류하던 사이로 첫 대면 자리에서 A군은 B양을 살해했다.
살해 동기는 A군의 그릇된 마음에서 시작됐다. B양에게 호감이 있던 A군은 B양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의심해 살해를 결심했다.
A군은 흉기와 휘발유를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등 8개월간 범행 방법을 고민하고 치밀하게 계획했다. 범행 10여 일 전에는 B양에게 성탄절에 만나자고 제안하고 B양 집도 확인했다.
사건 당일에는 준비한 범행 도구를 챙겨 당시 자신이 거주한 강원도 원주에서 버스를 타고 사천까지 왔다. A군은 인파가 붐비는 시외 터미널에서 보자는 B양의 요구를 거부하고 범행 장소인 아파트 주차장으로 나오도록 했다.
B양을 만난 A군은 선물을 줄 것처럼 뒤돌아서라고 했고 이후 흉기를 휘둘렀다. B양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A군은 범행 후 자해를 시도했지만 경상을 입었다.
1심 재판부는 계획적으로 잔혹하게 범행을 저질렀다며 A군에게 징역 20년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즉흥적 분노나 충동적 폭력과 다른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적 살인으로 그 책임이 무겁다”며 “생명과 직결되는 치명적 부위에 흉기를 여러 차례 휘두르는 등 범행 수법도 잔혹했다”고 판시했다.
현행법상 특정강력범죄를 범한 소년범은 ‘부정기형(형의 기간을 확정하지 않고 선고하는 자유형)’을 선고할 때 장기는 15년, 단기는 7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소년범이 사형이나 무기형에 처해질 경우에는 형량을 20년 유기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다. 범행 당시 A군은 17세였다.
선고 재판 직후 유족 측 변호인과 여성단체들은 소년범 최고 형이 선고된 점에 대해 여전히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며 소년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유족 측 변호인은 이날 법원 앞에서 “재판부의 선고 결과는 법이 정하는 형 중 가장 무겁긴 하지만 유족들은 제도(소년법)의 피해자”라며 “법사위에 있는 소년법 개정 청원이 본회의에 상정돼 소년법이 개정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갈무리) |
“넌 미치도록 완벽, 난 최악”…외모 콤플렉스있었다
지난 5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A군이 구치소에서 쓴 편지를 입수해 공개했다.
편지의 제목은 ‘내가 너에게 하려던 말’이다. A군은 편지에서 “네 목소리라면 고막이 터지고 달팽이관이 찢어져도 좋았어”, “너의 머리끈을 손목에 감는다면 나에겐 그 어떤 명품 시계보다 가치 있을 거야”, “누군가 내게 완벽이 뭐냐고 물었을 때 내가 하려던 모든 말을 네가 해주고 있었어”라고 적었다.
이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듯 “너는 미치도록 완벽한데, 완벽에 비하면 나는 최악”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A군은 또 “너 죽고 나서 12월28일 네가 꿈에 나왔다. ‘날 왜 죽였냐’는 내용이 아니라 꿈속의 너는 오히려 웃고 있었다. 날 보더니 반가워하고 네 옆에 앉은 나를 안아주면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날 그때 너와 마주 보며 웃었던, 그 찰나의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했다. 언젠가 다시, 너와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날이 왔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미안해”라고 사과했다.
A군은 중학생 시절까지는 또래와의 교우관계에 문제가 없었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 외모에 대한 집착과 자기혐오, 강박증세가 심화됐다.
A군의 모친은 아들이 중학교 3학년 이후 얼굴에 여드름이 나면서 심각한 외모콤플렉스를 갖고 갈등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등교에도 어려움을 겪다가 고등학교 입학 두 달 만에 자퇴했다고 전했다.
모친은 “아들이 1년 넘게 낮에 외출한 적이 없다. 누가 얼굴 보는 것을 싫어했다. 자기혐오가 너무 심했다. 얼굴을 갈아 없애고 싶다면서 하루에 4시간씩 씻고 ‘나는 더럽다’고 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또 아들의 방에서 얼굴만 도려낸 사진을 다수 발견했다며 “아들이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줄 몰랐다”고 사과했다.
김태경 서원대 심리상담학과 교수는 “피해자가 자기를 되게 반갑게 맞아주는 꿈을 꿨다고 감히 말한다. 이 군이 상대를 죽인 거에 대한 죄책감이 정말 있을까”라고 의아해했다.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내가 설령 죽였지만 우리는 영원히 함께할 수 있기 때문에 나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내주고 있구나’라고 완전히 착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여전히 피해자가 얼마나 이상적이고 완벽하게 아름다운 여성이었는가를 지금도 집착하고 있다”며 “정상적인 사고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범죄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어리다고 약한 처벌…‘소년법 개정’ 청원 법사위 회부
1심 선고 후 A군은 항소장을 제출했지만, 최근 법원에 항소 취하서를 냈다.
A군은 모친 설득으로 항소를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가 항소를 취하하면서 형이 확정되고, 사건이 종결됐다.
피해자 유족 측 법률사무소 빈센트는 “피고가 항소를 취하하면서 형이 확정되고 사건이 종결됐다”며 “다만 유사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소년법 개정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처럼 소년범죄가 늘어나거나 잔혹해지는 등 진화하고 있음에도 실제 처벌은 현실이나 정의에 미치지 못한다며 소년법 개정을 요구하는 국회 입법 청원과 국민 청원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월 ‘계획적 범죄의 경우 성인과 소년을 구분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의 입법 청원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