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12월 25일 나는 루마니아 사회주의 공화국의 수도 부쿠레슈티에 있다. 유혈 민중혁명이 폭발해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24년 권좌가 3일 전 붕괴됐다. 그리고 오늘 성탄절, 트르고비슈테의 한 군부대(옛 기병학교 건물)에서 차우셰스쿠와 그의 부인 엘레나(남편과 거의 공동 권력이었음)에 대한 특별군사법정이 열려 속전속결로 사형 판결이 내려졌다.
90분 뒤인 오후 4시쯤 이 부부는 담벼락 앞에 세워져 총살당한다. 혁명 군부에 의해 녹화된 영상은 당일 방송되고 이튿날 전 세계로 퍼진다.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이듬해에 태어난 차우셰스쿠는 청소년기에 스탈린을 베드로가 예수님 우러르듯 했다. 그러나 훗날 집권 뒤 민족공산주의를 표방하던 중 진정한 스승을 만나게 되는데, 그가 바로 김일성이었다.
북한에 방문한 차우셰스쿠는 김일성의 신국(神國)을 보자마자 완전히 매료됐고, 자신이 베드로가 아니라 하나님이 될 수도 있다는 복음을 얻었다. 루마니아로 돌아온 차우셰스쿠는 자신을 북한에서의 김일성처럼 신격화하고 루마니아를 조지 오웰의 ’1984′적(북한적)으로 지배했다.
90분 뒤인 오후 4시쯤 이 부부는 담벼락 앞에 세워져 총살당한다. 혁명 군부에 의해 녹화된 영상은 당일 방송되고 이튿날 전 세계로 퍼진다.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이듬해에 태어난 차우셰스쿠는 청소년기에 스탈린을 베드로가 예수님 우러르듯 했다. 그러나 훗날 집권 뒤 민족공산주의를 표방하던 중 진정한 스승을 만나게 되는데, 그가 바로 김일성이었다.
북한에 방문한 차우셰스쿠는 김일성의 신국(神國)을 보자마자 완전히 매료됐고, 자신이 베드로가 아니라 하나님이 될 수도 있다는 복음을 얻었다. 루마니아로 돌아온 차우셰스쿠는 자신을 북한에서의 김일성처럼 신격화하고 루마니아를 조지 오웰의 ’1984′적(북한적)으로 지배했다.
엽기적인 출산 강요 정책으로 고아(孤兒)의 수가 엄청나게 늘자 이런 ‘차우셰스쿠의 아이들’을 키워서 비밀경찰과 친위대인 세쿠리타테(Securitate)에 대거 충원했다. 차우셰스쿠는 국민들끼리 밀고하게 하고 그들을 감시하는 비밀경찰들끼리도 밀고하게 만들었다. 심지어는 아이들이 부모를 밀고하게 했다.
차우셰스쿠 부부의 최후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건 김정일과 김일성이었다고 한다. 특히 김정일은 이 일을 계기로, 북한에서는 절대로 민중봉기 따윈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NK 1984 지옥’을 더욱 강화하게 된다. 이런 가공할 스케일의 악마들이 아닐지라도, 권력에 취해 설쳐대는 정치인들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이 ‘망각의 동물’임을 절감한다. 차우셰스쿠마저도 무너졌다. 아무리 막강한 권력도 반드시 끝이 있으며, 뻔뻔하고 화려했던 것만큼 더 처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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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준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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