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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된 문무왕이 반겨주네... 국내 최초 신라 미디어아트 전시관 가보니

조선일보 경주=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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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된 문무왕이 반겨주네... 국내 최초 신라 미디어아트 전시관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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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보문단지 ‘플래시백 계림’
24일 오후 경북 경주시 보문단지의 미디어아트 전시관인 ‘플래시백 계림’에 들어서자 신라의 난생설화(卵生說話)를 뜻하는 거대한 알이 관람객을 맞았다. 화면에 비친 알은 달이 되었다가 다시 새가 되어 하늘로 솟구치며 날아갔다. 액운을 물리치는 붉은 문(홍살문)을 넘으면 악귀를 깔고 앉은 녹유신장상을 볼 수 있다. 신장상 앞에 서면 관람객의 그림자가 악귀 모양으로 변하는데, 방을 나서는 순간 효과음과 함께 사라진다. 녹유신장이 관람객의 악귀를 떼어냈다는 의미를 담은 연출이다.

천년고도(千年古都) 경주에 옛 신라 시대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몰입형 전시관이 조성됐다.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지난달 392억원 규모로 유치한 플래시백 계림이다. APEC 정상회의 이후로도 경주를 찾는 관광 수요를 늘리고자 APEC 무대였던 보문단지 일대에 조성됐다.

6번째 전시관인 '거서간'. 우물인 나정 옆에서 말과 알이 발견됐고, 그 알에서 박혁거세가 태어났다는 설화를 토대로 조성됐다./이승규 기자

6번째 전시관인 '거서간'. 우물인 나정 옆에서 말과 알이 발견됐고, 그 알에서 박혁거세가 태어났다는 설화를 토대로 조성됐다./이승규 기자


◇ 신라 설화 주제로 한 최초의 미디어아트

플래시백 계림은 5620㎡(1700평)에 층고가 최고 11m에 달하는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다. 아시아 최고 수준의 시각 특수 효과 기술 회사인 덱스터 스튜디오가 제작·공동 연출·기술 구현 총괄을 담당했고,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영화 ‘파묘’ 등의 음향을 담당했던 스튜디오 라이브톤 및 문화유산기술연구소가 참여했다.

전시관은 총 13개 구역이며, 모든 전시관이 신라의 설화와 문화 유산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로 구성돼 있다. 가령 ‘삼신산’ 관은 삼국유사에서 김유신을 위기에서 구한 신라의 세 여신 나력·골화·혈례가 머물던 산을 미디어아트로 구현했다. 삼신산의 형태는 남산과 토함산 등 경주 지역의 실제 명산(名山)을 참조했다. 관람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여명이 밝고 노을이 지는 삼신산의 풍경을 시작으로 번개와 눈이 몰아치는 모습과 오로라 현상을 관람할 수 있다.

삼신산/덱스터스튜디오

삼신산/덱스터스튜디오


삼신산을 넘어가면 신라 시조 박혁거세가 태어난 우물인 ‘나정’이 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나정 옆 숲속에서 말과 큰 알이 발견됐는데, 이 알에서 태어난 아이를 근처 6부(6촌)의 사람들이 길러 임금으로 삼았다는 기록이 있다. 나정 관에는 이 기록을 토대로 우물을 둘러싼 기둥 6개가 세워졌다. 관람객 6명이 동시에 기둥에 손을 대면 빛이 나정으로 모아진 뒤 맞은편 전시관인 ‘거서간’에서 말과 알이 빛나며 박혁거세의 탄생을 의미하는 그래픽이 연출된다.

◇ 신라 금관, 용이 된 문무왕도 구현

신라 설화에 등장하는 용과 금관을 비롯한 신라 유물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석탈해 이사금의 아버지 함달파가 용왕이었다는 설화를 소재로 한 ‘함달파와 28용궁’ 관은 아쿠아리움 형태로 연출돼 용궁을 배경으로 토끼와 거북이, 용 등이 헤엄치는 모습이 구현돼 있다. ‘용이 지키는 바다’ 관에선 대왕암을 배경으로 나라를 지키는 용으로 변한 문무왕이 몰아치는 파도와 함께 관람객들을 향해 돌진한다.


/덱스터 스튜디오

/덱스터 스튜디오


만파식적을 비롯해 신라 왕실의 보물을 간직했다는 ‘천존고’ 관에선 고화질 그래픽으로 구성된 천마총 금관과 금제 관식, 계림로 보검 등 8개 보물을 관람할 수 있다. 이 밖에 11m 층고에 설치된 ‘신단수’ 관에선 신라의 사계절을 모두 체험할 수 있다.

덱스터 스튜디오 관계자는 “플래시백 계림은 신라의 신화와 문화를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몰입형 미디어아트”라며 “우수한 특수효과와 음향을 통해 관람객들이 신라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천존고의 천마총 금관/덱스터스튜디오

천존고의 천마총 금관/덱스터스튜디오


[경주=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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