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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모펀드 ‘관망’, 조 단위 M&A는 글로벌 PEF 독무대

이데일리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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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모펀드 ‘관망’, 조 단위 M&A는 글로벌 PEF 독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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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M&A 결산] ②
조 단위 빅딜 줄줄이 마무리·체결한 글로벌 PE들
산업에 대한 여론에 눈치 보며 숨죽인 국내 PE들
내년도 “불확실성 일부 해소…회복까지 시간 필요”
이 기사는 2025년12월24일 05시3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추진한 조(兆) 단위 빅딜이 자취를 감췄다. 빈자리는 맥쿼리자산운용(맥쿼리PE), KKR,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EQT파트너스 등 글로벌 운용사들이 메웠다. 이들은 제조 기업부터 대기업 사업부, 렌터카 업체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매물을 쓸어담았다.

국내 사모펀드들이 조 단위 딜에 참전하지 않고 관망하는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거라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책임성과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제도가 안착할 때까지 두고 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표=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표=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3일 국내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빅딜 다수가 글로벌 사모펀드를 통해서 이뤄졌다. 예컨대 맥쿼리PE는 글로벌 산업용 가스 제조사 DIG에어가스를 프랑스 가스 기업 에어리퀴드에 매각했다. 거래가격은 4조 8500억원이다. 앞서 맥쿼리PE는 2020년 DIG에어가스를 MBK파트너스로부터 2조 8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KKR은 SK에코플랜트의 환경 부문 자회사들인 △리뉴원 △리뉴어스 △리뉴에너지충북 지분 100%를 1조 7800억원에 인수했다. 조 단위 딜(deal)은 아니지만, KKR은 국내 대표 화장품 용기 기업 삼화를 약 73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올해 초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국내 렌터카 업계 1위 업체 롯데렌탈을 1조 5729억원에 인수했다. 어피니티는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지분 56.2%를 가져갔다.

EQT파트너스는 소프트웨어 기업 더존비즈온의 최대 주주 김용우 회장 지분 22.29%를 1조 3000억원에 인수했다. 더불어 명함 관리 서비스 리멤버를 운영하는 리멤버앤컴퍼니를 아크앤파트너스로부터 5000억원에 인수했다.


이외에도 SK에코플랜트는 자회사 SK에어플러스의 산업가스·탄소사업부를 브룩필드자산운용에 총 1조 3000억원 규모로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반기에도 글로벌 운용사들의 M&A 거래는 활발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은 국내 최대 미용실 프랜차이즈 준오헤어를 인수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최근 칼라일은 KFC코리아를 인수하는 최종 계약을 체결해 국내에서 외식, 식품, 소비재 분야 포트폴리오 저변을 넓혔다.

지난해 국내 M&A 시장 분위기는 이와는 사뭇 달랐다. 총 4건의 조 단위 빅딜 중 국내 사모펀드가 참여한 거래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조 단위로 △MBK파트너스의 지오영(의약품 유통 업체) 인수 △IMM컨소시엄의 에코비트 인수 △EQT파트너스의KJ환경 인수 △스틱-캑터스PE의 티맥스데이터 인수 등이 있다.


그러나 올해 국내 사모펀드가 진행한 조 단위 빅딜은 자취를 감췄다. 업계는 홈플러스 사태 이후 잇따른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압박과 불확실한 거시경제 상황 등 복합적 요인이 겹쳐 국내 사모펀드들이 상당히 조용한 한 해를 보냈다고 판단했다.

올해 대표 빅딜 사례로 글랜우드PE가 LG화학의 수처리 필터 사업부인 나노H2O(전 LG화학 워터솔루션 사업부)를 1조 4000억원에 인수하는 거래를 마무리 지은 건이 있다. 대신 국내 사모펀드들은 미들마켓 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일례로 △VIG파트너스의 LG화학 에스테틱 사업부 인수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크린토피아 인수 △웰투시인베스트먼트의 에스아이플렉스 인수 △어펄마캐피탈의 폐기물 업체 CEK 인수 사례가 있다.

업계는 올해보다 내년 상황을 낙관하면서도 지금보다 거래가 조금 늘어날 뿐 시장 기대치보다는 회복 속도가 더딜 거라 예견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국내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한 규제 강화가 글로벌 하우스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당국이 해외 주요국 규제 체계를 검토해 제도 구축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규제의 칼날이 근본적으로 국내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해서다.


국내 사모펀드 한 대표는 “올해 대형 딜 체결을 막은 주요 요인은 ‘당국 규제 내용에 대한 불확실성’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홈플러스 사태 이후 정치권에서 사모펀드를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각종 입법안을 내놨는데 이렇게 흥분된 상태에서 거래를 감행하기에는 불안한 면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일단 주무 부처에서 제도 틀이 나왔으니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국내 사모펀드 한 고위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이 좋아지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 전체 밸류에이션이 상승하고 매도자와 원매자 간 가격 눈높이가 맞아떨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