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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에 멈춘 M&A..거래 10년래 최저

이데일리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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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에 멈춘 M&A..거래 10년래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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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M&A 결산] ①
거시경제·국내정치 불확실성으로 거래보단 ‘관망’
상반기 대기업 SI 주도 M&A 거래로 숨통 트여
FI들 “가격·업종 매력적인 딜 없어…일단 가만히”
이 기사는 2025년12월23일 23시07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허지은 원재연 기자] “2025년은 거시경제 요인뿐 아니라 국내 정치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로 시장 상황을 관망하는 하우스가 많았던 해였다.”

국내 인수·합병(M&A) 거래 규모·건수가 올해 최저치를 찍었다. 올해 시장이 얼어붙은 이유를 묻자 업계 관계자들은 불확실성이 큰 경제 상황에서 쉽사리 투자를 집행하기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이런 탓에 올해 재무적 투자자(FI)는 물론 전략적 투자자(SI)까지 M&A 거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고, 분위기가 위축됐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탄핵 정국을 지나 대선을 치르면서 새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성이 줄줄이 발표됐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대한 충격이 아직 이어지고 있고, 지구촌 곳곳에서 거듭되는 전쟁의 여파도 계속됐다. 또 국내외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와 끝없이 오르는 환율 등 복잡한 요인들이 계속해서 발생했다.

M&A 시장을 위축시켰던 해당 요인들은 연말 즈음 와서야 차례차례 해결되고 해소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 관계자들은 한번 경색된 분위기가 내년에 한번에 풀리기엔 ‘무리’라고 평가했다.

[그래프=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그래프=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3일 이데일리가 하나증권과 올해 국내에서 이뤄진 M&A 거래(완료 기준)를 전수조사한 결과 관련 거래 규모와 거래 건수 모두 지난 10년간 수치를 모두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올해 거래 규모는 37조 4673억원으로 지난해 88조 8941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반 토막이 났다. 올해 거래 건수는 372건으로 이 또한 지난해 492건 대비 100건 넘게 줄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그간 잠잠했던 대기업 SI들이 M&A 시장에 다시 등판하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긴축경영과 사업 재편에 집중하던 SI가 신사업 물색에 나서며 주요 원매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독일 공조기기 업체 플랙트를 15억유로(약 2조 4000억원)에 인수했고, LG전자는 유럽 프리미엄 온수 솔루션 오소를 1673억원에 가져갔다.


태광그룹은 소비재(애경산업), 미디어(스마트투데이), 부동산(코트야드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 인수 등 광폭 행보를 보였다. 이외에도 한화그룹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통해 약 8700억원에 아워홈을 인수했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품었다.

그러나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같은 FI들은 곳간을 걸어 잠갔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안내문(티저레터)를 배포한 곳은 상당하지만, 가격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이유로 FI들이 쉽사리 M&A 딜(deal)에 참전하지 않고 관망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귀띔했다.

더군다나 홈플러스 사태로 번진 정치권의 PE에 대한 맹공격과 줄줄이 발표된 정부 제도 개선안도 위축된 분위기에 한몫했다. 큰 딜을 무리해서 추진해 눈에 띄기보다는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일단 ‘기다리자’는 기조가 시장에 퍼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FI들이 내년에 기존 포트폴리오를 매각하고 펀드를 청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 진단했다. 그렇지만 이를 사갈 대기업·중견기업 SI들의 여력이 그리 충분치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 트렌드처럼 내년에는 국내에서도 세컨더리(사모펀드나 벤처펀드의 출자 지분 혹은 보유 자산을 제3자에게 되파는 거래)로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는 사례가 상당할 거란 분석을 내놨다.

국내 PE 한 대표는 “다음 (거래 호황) 사이클 오기까지 3~4년 정도는 지나야 하는데 아직 회복 신호조차 보이지 않는다”며 “가격 갭이나 투자할 만한 산업이 많은지 여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하우스별로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가 상당히 쌓여 있고, 펀드 청산을 앞둔 곳도 꽤 있는데, 이어서 펀드 조성에 들어가야 하는 곳도 있다”며 “거래가 이뤄지긴 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찌 됐든 올해보다는 내년에 조금이나마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