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이 최후의 무대까지 지배했다. 지난 21일 중국 항저우에서 막을 내린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은 안세영이라는 거대한 장벽이 어떻게 상대의 투지를 짓밟는지 제대로 보여줬다.
자신을 바짝 추격하는 세계랭킹 2위 왕즈이(중국)와 결승을 펼친 안세영은 1시간 혈투 끝에 2-1(21-13, 18-21, 21-10)로 따돌리고 힘차게 포효했다. 안세영 다음 가는 실력자라는 왕즈이를 다시 제압하면서 올해 상대전적 8전 8승으로 다시는 넘볼 수 없는 벽을 안겼다.
안세영이 지배한 2025년이다. 이번 우승 상금 24만 달러(약 3억 5,553만 원)를 포함해 시즌 누적 상금 100만 3,175달러(약 14억 8,610만 원)를 돌파했다. 배드민턴 100년사에서 단일 시즌에 상금만으로 100만 달러 고지를 밟은 선수는 남녀를 통틀어 안세영이 최초다.
올해 혼합단체전인 수디르만컵을 포함해 총 16개 대회에 나서 무려 11개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는 일본의 모모타 겐토(남자)가 2019년에 세운 BWF 단일 시즌 최다 타이틀 기록과 동률이며, 본인의 종전 기록인 10개를 1년 만에 갈아치운 수치다.
이는 2022년 빅토르 악셀센이 세운 94.44%(51승 3패)를 넘어선 것은 물론 단일 시즌 60경기 이상 치른 역대 모든 단식 선수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면서 중국이 자랑하던 남자 단식 황제 린단(94.8%, 2011년)의 기록까지 넘어섰다.
그러자 중국은 기록 방어 기제를 선보였다. '시나스포츠'는 "안세영이 대단하긴 하지만 역대 최고 승률은 1997년 중국 여자 복식의 전설 거페이와 구준이 세운 48승 1패, 즉 98%에 육박하는 승률이 최고"라고 강조했다.
물론 이들도 "복식에 비해 체력적 부담이 압도적인 단식에서 거둔 성과라 올해 안세영 기록의 질적인 측면은 대단하다"라고 덧붙였으나 여전히 넘어설 게 있다고 꺼내들었다.
보란듯이 수많은 신기록 중 본인이 가장 애착을 느끼는 기록으로는 망설임 없이 최다승과 최고 승률을 꼽았다. 안세영은 "내가 쏟아부은 노력의 결과물이라 생각하기에 더없이 기쁘다"면서도 "여기에 만족하기보다 앞으로도 이 기록을 내 손으로 직접 계속 깨트리고 싶다"는 강한 승부욕을 내비쳤다.
중국의 견제나 과거의 기록에 연연하기보다, 오직 어제의 자신을 넘어서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안세영은 기술적 완성도를 위해 남자 선수들의 플레이까지 흡수하겠다는 포부까지 밝혔다. 사상 최초의 100만 달러 돌파는 시작일 뿐, 안세영 전성시대는 이제 막 본궤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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