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독한’ 장동혁, 24시간 필리버스터... 최초·최장 기록 썼다

조선일보 이해인 기자
원문보기

‘독한’ 장동혁, 24시간 필리버스터... 최초·최장 기록 썼다

서울맑음 / -3.9 °
“李 재의요구권 행사해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전 11시 40분 기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해 24시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마쳤다. 전날 같은 시각 시작해 밤을 새우며 연단에 서서 반대 토론을 이어간 것이다. 제1 야당 대표가 필리버스터에 나선 것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장 대표는 이번 토론으로 최초와 최장 기록을 동시에 세웠다. 종전 역대 최장 기록은 지난 9월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의 17시간 12분이었다.

물만 마시며 24시간을 꼬박 버틴 장 대표는 필리버스터가 끝난 뒤 국민의힘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자리에서 내려왔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한 명 한 명 악수하며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장동혁 화이팅” “고생하셨다”고 장 대표를 격려했다.

판사 출신인 장 대표는 전날부터 진행한 필리버스터 내내 내란전담재판부의 위헌성을 강조했다. 그는 “헌법에 의하지 않고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헌”이라며 “정치 권력이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사법부 독립을 해치려는 것으로 위헌적”이라고 했다.

그는 “비상계엄 특별재판부 설치법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악법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께서 오늘 이 필리버스터를 보고 딱 하나만 해주셨으면 좋겠다. 이 법을 영원히 기억해주시고 이후 이뤄질 표결에서 어떤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는지 영원히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며 “그것으로 저는 이 긴 시간 여기 홀로 서서 필리버스터를 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장 대표는 필리버스터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은 이 법이 통과된다면 법치주의와 국민 인권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을 강력히 건의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이 재의요구권 건의를 하지 않더라도 헌법 수호 의지를 보여주려면 반드시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민주당 주도로 표결에서 가결 됐다.

초유의 제1 야당 대표의 필리버스터를 두고 국민의힘은 “야당이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민주당은 악법 강행을 저지하라”고 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장 대표의 최장기간 필리버스터에 대해 “대단한 정신력이고, 악전고투·분골쇄신”이라며 “사법부의 독립과 삼권분립,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사법 파괴 5대 악법 저지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우리 당의 강력한 의지를 당 대표 스스로 몸소 실천해 보인 것”이라고 했다.


정희용 사무총장도 “장 대표는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입법 폭주 앞에서, 의회 민주주의의 최후 수단을 직접 행사하며 내란몰이 재판부 설치법의 위헌 요소와 이 악법이 불러올 법치에 대한 중대한 위험성을 절박한 마음으로 국민께 호소한 것”이라고 했다.

강명구 조직부총장은 페이스북에 “지치고, 목이 마르고, 입이 바싹 타고, 다리가 저릴 텐데 밤을 꼬박 새워 혼신의 힘을 다해 20시간을 버텨내고 있다”며 “하지만 장동혁 대표는 혼자가 아니다. 내가 장동혁이고, 우리가 장동혁”이라고 했다.

한편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 종료 약 1시간 전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단에 다가서며 장내 일대 소란이 일기도 했다. 김 의원은 “찬성 토론도 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장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얼른 내려가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우 의장은 “필리버스터는 시간 제한 없는 무제한 토론”이라고 했다.

[이해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