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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정인이 사건' 보도 PD 기소유예 취소… "공익 목적, 정당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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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정인이 사건' 보도 PD 기소유예 취소… "공익 목적, 정당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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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여인형·이진우·곽종근·고현석 중징계 처분
2021년 정인이 얼굴 사진, 영상 공개
시민단체 고발에 검찰 기소유예 처분
헌재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 촉구"


2021년 5월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 시위자들이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양부모에게 사형을 선고하기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21년 5월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 시위자들이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양부모에게 사형을 선고하기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의 얼굴을 공개한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에게 내려진 기소유예 처분을 헌법재판소가 취소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검찰이 SBS 시사교양국 PD A씨에게 내린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재판관 9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지난 18일 취소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2021년 1월 정인이의 사망을 재조명하며 아동학대 현실을 다룬 '정인이는 왜 죽었나, 271일간의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와 '정인아 미안해, 그리고 우리의 분노가 가야 할 길' 편을 방영하는 과정에서 정인이의 얼굴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이후 시민단체는 정인이의 얼굴과 생년월일 등을 노출했다며 A씨를 고발했고, 서울서부지검은 2023년 6월 A씨를 아동학대처벌법(보도금지의무)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인정되지만 경위와 정황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고, 헌재는 약 2년에 걸친 심리 끝에 결론을 냈다.

헌재는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은 정당행위에 관한 중대한 법리 오해 또는 수사 미진에 의한 것으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A씨의 행위가 아동학대처벌법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지만,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돼 정당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특히 "가해자가 범행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방송은 피해 상황을 그대로 전달해 시청자들이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하고 전문가 검증을 받았다"며 "가족관계나 학대 경위를 설명하는 외에 주변인의 노출을 최소화하고 흐린 화면으로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건의 진상이 충분히 조사되고 규명돼 가해자가 책임에 부합하는 처벌을 받는 것이 아동학대로 사망한 피해 아동의 입장에서 가장 큰 이익이라고 할 수도 있다"며 "오히려 이 사건 방송은 피해 아동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방송 이후 양모에게는 징역 35년, 양부에게는 징역 5년 형이 확정됐다. 헌재는 해당 방송이 아동학대 범죄의 잔혹성을 고발하며 가해자의 범행 내용에 부합하는 처벌을 촉구했고, 아동학대 예방 방안을 공론화하려는 공익적 목적으로 제작됐음이 인정돼 언론의 자유라는 기본권 행사의 의미도 가진다고 봤다.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