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동안 버스기사로 일한 60대 가장이 근무 도중 갑자기 쓰러져 숨졌지만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유족의 사연이 전해졌다./사진=JTBC 사건반장 |
31년 동안 버스기사로 일한 60대 가장이 근무 도중 갑자기 쓰러져 숨졌지만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유족의 사연이 전해졌다.
최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해 11월26일 오후 5시30분쯤 서울의 한 시내버스에서 발생했다. 당시 버스 안 CCTV 영상에는 버스기사 A씨가 버스 운행 중 갑자기 쓰러지는 장면이 담겼다. 이를 본 승객들이 깜짝 놀라 A씨 상태를 확인해보지만 A씨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기사 보호용 운전석 문도 잠긴 채 열리지 않아서 구호 조치가 쉽지 않았다.
결국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병원에 옮겨졌지만 A씨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사고 발생 5시간 만이었다. A씨는 고통 속에 갑자기 쓰러지면서도 사고를 막기 위해 버스를 갓길에 천천히 세워놓고 쓰러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업무 중 발생한 사고였음에도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버스기사 경력이 총 31년에 달하는 A씨는 생전 속한 버스 회사에서 12년 동안 근무했으며 정년퇴직 후에는 촉탁직으로 재계약될 만큼 성실하게 일했다고 한다.
특히 흡연자가 아니었고 음주는 1년에 1~2번에 그쳤으며 기저질환, 심혈관 질환에 대한 가족력도 없었다. 매년 건강검진에서도 모든 수치가 정상이었다. 일주일에 3~4번 이상 등산을 하는 등 운동도 꾸준히 했다. 이에 A씨 측 유족은 버스회사 내 교대근무로 인한 과로와 누적된 스트레스가 사망의 원인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이후 A씨 딸이 노무사를 대동해 질병판정위원회 심사에 출석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한 위원이 "진짜 궁금한 게 있다. 왜 재해자 본인이 오지 않고 따님이 왔느냐"고 질문했다. A씨 딸은 "너무 화가 나서 저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지더라. 옆에 진행을 도와주는 분이 있었는데, 그분이 (위원을) 치면서 사망하셨다, 사망 사건이라고 (알려줬다)"고 했다. 이어 "사망 사건이라는 사실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황당했고 큰 분노를 느꼈다"고 토로했다.
얼마 뒤 나온 산재 심사 결과는 불인정이었다. 유족이 제출한 근무 기록에는 12주 동안 주 70시간에 가까운 근무가 여러 차례 포함돼 있었지만, 위원회는 버스 운행 중간에 발생하는 대기 시간을 업무 시간에서 제외했다. 또 근로 시간 자체에서도 12주간 급격한 근무 시간과 업무 환경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과중한 업무를 했다고 보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유족은 "십수 년간 시내버스를 몰면서 불규칙한 근무 시간대에 일을 해왔기 때문에 그동안 쌓여온 건강상의 부담이 터진 거라고 봐야 한다"고 반발하며 고용노동부에 재심사를 요청했다. 현재 고인이 소속된 버스회사 역시 산재 인정을 위해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혜주 기자 heyjud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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