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검사장 /뉴스1 |
차장·부장검사급 보직으로 전보돼 ‘사실상 강등’ 논란이 일고 있는 정유미 검사장(사법연수원 30기)의 인사명령 효력을 멈출지를 두고 법원이 판단에 착수했다. 정 검사장은 “전례 없는 위법 인사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한 반면, 법무부는 “재량 범위 내 적법한 전보”라고 맞섰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이정원 부장판사)는 22일 정 검사장이 낸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심문기일을 열었다. 집행정지는 행정소송 본안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처분 효력을 임시로 멈추는 절차다.
정 검사장은 이날 법률대리인 없이 출석해 이번 전보 인사가 “법령을 위반한 조치”이자 “역사적으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매우 이례적인 인사”라고 주장했다. 법무부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제시한 인사 근거를 두고도 “개인의 의사 표현을 이유로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며 부당성을 강조했다.
집행정지가 인용되려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가 있고,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
정 검사장은 근무지 변경에 따른 이사와 생활 기반 이동을 손해로 들며, 대전으로 전보된 이후에는 본안 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손해가 확정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전고검으로 부임하지 않더라도 국민에게 발생할 손해는 뚜렷하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례적 인사가 알려지면서 명예가 훼손됐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정 검사장이 위법 근거로 든 검찰청법 조항과 관련해 대검 검사 보직 규정은 정의 규정에 불과하며, 특정 보직에 반드시 보임하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인사명령은 임명권자 재량에 속한다는 주장도 폈다.
법무부는 또 정 검사장이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 올린 글이 단순 의견 표명으로 보기 어렵고, 상급자에 대한 모멸적·멸시적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집행정지 요건과 관련해서는 공무원이 통상 수년 단위로 이사하는 점 등을 들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하지 않으며, 공무원 인사명령에 대해 집행정지가 인용된 사례가 사실상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대검 검사급을 고검 검사로 발령한 이번 조치가 실질적으로 강등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재판장은 “집행정지 요건 해당 여부만 우선 살펴 2주 이내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정 검사장은 앞서 지난 11일 법무부 고위 간부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서 대전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대검 검사(검사장급)에서 고검 검사(차장·부장검사급) 보직으로 옮겨지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강등’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수사·기소권 분리, 검찰청 폐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문제 등 주요 사안마다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정 검사장에 대한 징계성 인사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정 검사장은 대통령령인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의 보직 범위 규정’과 ‘검찰청법 30조’ 등을 근거로 대검 검사급을 고검 검사로 임용·전보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검찰청법상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로만 구분된다며, 이번 조치는 강등이 아니라 적법한 보직 변경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유병훈 기자(its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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