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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화 마지막 길, 대학로엔 ‘꽃밭에서’ 울렸다

중앙일보 정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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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화 마지막 길, 대학로엔 ‘꽃밭에서’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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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고 윤석화에 대한 대학로 노제에서 후배들이 고인의 애창곡 ‘꽃밭에서’를 불렀다. [뉴시스]

21일 고 윤석화에 대한 대학로 노제에서 후배들이 고인의 애창곡 ‘꽃밭에서’를 불렀다. [뉴시스]


지난 19일 별세한 연극계 1세대 스타 배우 고(故) 윤석화가 21일 영면에 들었다. 고인의 마지막 길은 그가 헌신해온 봉사단체 회원들과 공연 예술계 동료 등이 배웅했다.

이날 오전 8시 서울 신촌 세브란스 장례식장에선 유족과 지인 등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영결식이 열렸다. 노숙인 대상 ‘밥퍼’ 봉사로 알려진 최일도 다일공동체 목사가 집례를 맡았다. 그는 “35년 전 몹시도 추운 겨울, 고인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앞치마를 두르고 나타나 나를 놀라게 했다”며 “청량리뿐 아니라 탄자니아·네팔까지, 낮고 낮은 곳에서 배고픈 형제들에게 밥을 퍼주던 고운 손길, 밥 짓는 솥 앞이 당신의 무대였다”고 회고했다.

고인과 함께 봉사해온 박상원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은 “‘고 윤석화 천국 환송 예배’라니…너무 연극적이라 믿어지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남편 김석기씨도 “3년 넘게 투병을 했기에 이런 날이 오리라는 것은 알았지만, 아쉬움과 회한이 남는다”며 사별의 심경을 전했다.

고인은 1993년부터 다일공동체 홍보대사를 맡아 급식소 봉사, 거리 성탄 예배, 독거노인 생일잔치 등을 함께 해왔다. 2014년부터는 탄자니아의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 활동과 교육 환경 개선 사업에도 동참했다. 다일공동체 관계자는 “고인은 이름만 빌려주는 홍보대사가 아니었다”며 “사흘 전 무료급식소 철거 명령을 내린 동대문구청과의 항소심에서 승소했는데, 이 문제로 마음 졸이던 고인이 소식을 듣고 떠나 다행”이라고 말했다.

영결식에 이어 오전 10시부터는 대학로 한예극장 마당에서 노제가 열렸다. 영하의 날씨에도 배우 박정자와 손숙,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100여명이 자리해 눈시울을 붉혔다. 노제가 열린 장소는 고인이 직접 운영하며 배우이자 연출가·제작자로 예술혼을 불사르던 소극장 ‘설치공간 정미소’가 있던 자리다.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인 배우 길해연은 추도사에서 “오늘 우리는 그 누구보다 뜨거운 연기 인생을 사셨던 한 명의 배우이자 한 시대의 공연계를 이끈 위대한 예술가를 떠나보낸다”며 애도했다. 이어 고인이 2003년 제작한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에 출연한 최정원과 배해선 등 후배 배우들이 고인의 애창곡 ‘꽃밭에서’를 불렀다. 배우들은 노래를 마친 뒤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했다. 길 이사장이 “삶이라는 연극에서 퇴장하는 선생님을 박수로 배웅하자”고 제안하자 100여명이 운구차가 떠날 때까지 힘찬 박수를 쳤다.

정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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