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당시 쿠팡 한국법인 대표와 전 쿠팡 개인정보보호최고책임자(CPO) ㄱ씨의 메신저 대화 내용. |
쿠팡이 2020년 쿠팡 물류센터 장덕준씨의 죽음이 과로사가 아니라는 증거를 모으기 위해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이용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씨에프에스 노동자의 개인정보를 수집 목적과 달리 이용했고, 영상 분석을 별도 법인인 쿠팡에 제공했기 때문이다.
21일 한겨레가 입수한 쿠팡 내부 자료 등을 보면, 쿠팡은 2020년 국회 국정감사(10월26일)를 앞둔 10월12일 심근경색으로 숨진, 씨에프에스에서 일하던 장씨의 근무 영상을 분석했다. 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 이사회 의장은 당시 쿠팡 시피오(CPO·개인정보보호 최고책임자) ㄱ씨에게 장씨가 휴식 시간이 아닐 때 음료를 마시거나 화장실 간 시간, 일하지 않고 동료들과 대화한 시간 등을 분석하라고 지시했다. 쿠팡 직원들은 장씨가 숨지기 전 6일 동안 일하는 모습이 찍힌 시시티브이 8대 영상을 분·초 단위로 검토했다.
이런 영상 분석은 장씨의 죽음이 과로사라는 주장을 반박할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크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처리자의 개인정보 수집 목적에 벗어난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우선 장씨의 영상 분석은 이미 숨진 뒤라 ‘개인정보’라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영상엔 장씨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개인정보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 문제다. 쿠팡의 영상 기록 일지를 보면, “10월6일 22:21:10/동료 1명과 식사를 위해 음료캔 2개 들고 휴게공간?식당?으로 이동”, “10월7일 22:24:14/동료 1명과 캔음료 1개 들고 식사를 위해 이동(10월6일과 동일한 동료)”이라고 적혀 있다. 쿠팡이 장씨와 접촉한 동료가 누구인지 특정해 기록한 것이다.
장씨 동료들의 개인정보는 수집 목적과 벗어나 이용됐다. 씨에프에스의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목적은 시설안전 및 관리, 화재 예방, 임직원·방문객 안전을 위한 범죄 예방 등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쿠팡은 장씨의 과로사를 반박하기 위해 이용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 6월 어린이집 원장이 시시티브이 영상을 이용해 어린이집 교사의 근무 중 휴대전화 사용 사실을 확인한 뒤, 징계 목적으로 활용한 사안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씨에프에스가 소속 노동자의 개인정보를 제3자인 쿠팡(별도 법인)에 제공한 것도 논란거리다. 대법원은 2022년 ‘삼성노조 와해’ 사건에서 노조 와해를 목적으로 계열사 노동자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제공받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임직원들에게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김하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위원장(법무법인 두율)은 “쿠팡이 씨에프에스 소속 노동자의 개인정보를 활용한 것은 숨진 장씨의 노동 강도를 축소하거나 국정감사 대응을 위한 것으로 개인정보 수집 목적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명백하다”며 “씨에프에스가 아닌 제3자인 쿠팡에 제공한 것도 위법하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윤석열? 김건희? 내란사태 최악의 빌런은 누구 ▶
내란 종식 그날까지, 다시 빛의 혁명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