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동아일보 언론사 이미지

[단독]美 디즈니 손잡은 네이버웹툰…“K콘텐츠 IP 파이프라인으로 글로벌 플랫폼 도약”[테크챗]

동아일보 장은지 기자
원문보기

[단독]美 디즈니 손잡은 네이버웹툰…“K콘텐츠 IP 파이프라인으로 글로벌 플랫폼 도약”[테크챗]

속보
백하나-이소희, 배드민턴 왕중왕전 여복 2년 연속 우승
동아일보 IT사이언스팀 기자들이 IT, 과학, 우주, 바이오 분야 주목할만한 기술과 트렌드, 기업을 소개합니다. “이 회사 뭐길래?”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테크 기업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세상을 놀라게 한 아이디어부터 창업자의 요즘 고민까지, 궁금했던 그들의 모든 것을 파헤칩니다.


네이버웹툰 2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20주년 명작극장’ 웹툰에 그려진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그림 왼쪽)와 채유기 한국서비스 부사장 (그림 오른쪽). 네이버웹툰 제공

네이버웹툰 2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20주년 명작극장’ 웹툰에 그려진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그림 왼쪽)와 채유기 한국서비스 부사장 (그림 오른쪽). 네이버웹툰 제공


20년 전인 2005년 12월, 출판 만화 유료 서비스를 하던 네이버 만화에 〈바나나걸〉, 〈골방환상곡〉 등 ‘웹툰’ 3작품이 올라왔다. 지금은 ‘조상님’이라고 불리는 초창기 작품들이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PC 화면에 등장한 세로 스크롤 웹툰이 2024년 미국 나스닥 상장에 이어 올해 ‘디즈니’와 협업을 이뤄낸 네이버웹툰의 출발이었다.

웹툰이란 신조어는 2000년 8월 천리안에서 웹(Web)과 카툰(cartoon)을 따와 처음 만들어졌다. 이후 ‘네이버웹툰’이 웹툰 대중화를 이끌며 글로벌 시장에 ‘웹툰’을 수출하는 데도 성공했다. 현재는 ‘웹툰이란 용어가 하나의 장르를 대표하는 보통 명사가 됐다.


국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채유기 네이버웹툰 한국서비스 부사장은 12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미국 시장에선 ‘웹툰’이란 용어가 곧 ‘웹툰엔터테인먼트(네이버웹툰의 미국 본사)로 받아들여진다”며 “드라마나 노래 등 하나의 콘텐츠의 글로벌 성공도 대단하지만, 우리는 지식재산권(IP)을 제공하는 K플랫폼을 성공시키고 싶다. 아무도 안가본 길이지 않느냐”라고 했다.

네이버웹툰 20주년을 맞아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나 〈블랙핑크〉 등의 글로벌 성공으로 K컬처가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면, 이제는 K콘텐츠의 IP를 끊임없이 생산하는 파이프라인을 가진 플랫폼도 성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K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의 수혜를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들이 가져가는 구조에서, K콘텐츠 플랫폼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가겠단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유명 웹툰 작가인 기안84가 네이버 사옥에서 쪽잠을 자며 집필하는 예능 장면에 등장하기도 한 채 부사장은 국내 웹툰계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채유기 네이버웹툰 한국서비스 부사장은 12일 동아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네이버웹툰 제공.

채유기 네이버웹툰 한국서비스 부사장은 12일 동아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네이버웹툰 제공.


네이버웹툰의 전세계 월간활성이용자(MAU)수는 올 9월 기준 1억5500만명, 웹툰과 웹소설 창작자수는 2024년 12월 기준 2600만 명에 달한다.

영어로 서비스되는 북미에서 국내 웹툰 조회수는 〈전지적 독자 시점〉 5.3억 뷰, 〈재혼황후〉 5.5억뷰에 달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웹툰 불모지인 미국에서 굵직한 성과를 내고 있다.

올 9월 네이버웹툰의 미국 본사인 웹툰 엔터테인먼트는 3만5000편이 넘는 디즈니 만화를 웹툰으로 볼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디즈니뿐 아니라 마블·스타워즈·픽사·20세기 스튜디오까지 디즈니가 소유한 지식재산권(IP)을 총망라한 것이 특징이다. 〈스파이더맨〉 〈어벤져스〉 등 디즈니 대표 작품 100여 편을 네이버웹툰 글로벌 플랫폼 ‘웹툰(WEBTOON)’에서 선보이기로 한 데 이어 이번에는 아예 디즈니 웹툰 전용 플랫폼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채 부사장은 “디즈니 등과의 협업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글로벌 인지도”라며 “’웹코믹’이라는 용어를 많이 쓰는 미국에선 아직 ‘웹툰’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출판 만화 형태를 세로 스크롤 웹툰으로 리포맷하고, 또 오리지널 작품도 새로 만들려고 한다. 이를 통해 웹툰 경험을 쌓아 미국 내 ‘마블’ 팬덤 등을 유입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북미 시장의 만화는 DC나 마블처럼 출판사에서 IP를 소유하고 작가들과 시리즈를 이어 가며 이슈 단위로 출판한 뒤 단행본을 묶어 출판하는 전통적인 코믹북 시장, 일본만화의 번역 출판 시장, 개인 작가의 단행본 중심 그래픽노블 시장, 네이버웹툰이 대표하는 웹툰 영역으로 나뉜다. 특히 전통적인 코믹북 시장의 독자 연령이 올라가고 있어 코믹북을 웹툰으로 변환해 제공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사실상 유일한 플레이어인 네이버웹툰이 ‘웹툰 플랫폼’을 제공하는 구조다 .글로벌 OTT에서 K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드라마를 접하고 원작을 찾아오는 해외 이용자들도 늘어나며 웹툰의 글로벌 생태계는 더욱 넓어지고 있다. 2023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오리지널(독점 제공) 한국 드라마 14편 중 절반이 네이버웹툰 원작이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도 슈퍼 IP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드라마와 영화 제작시 흥행 실패 위험을 줄이기 위해 팬덤이 형성된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시스템은 이미 성공의 방정식으로 자리잡았다.

“이미 웹툰으로 국내외 흥행을 검증했고 팬덤도 있는데다, 시각화도 되어있다보니 영상화로 수월하게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이용자들을 위해 한국에서 런칭하는 웹툰과 글로벌 런칭하는 웹툰간 회차 간격도 계속 줄여가고 있다.”

웹툰의 강점은 드라마나 영화가 가질 수 없는 ‘한계 없는 상상력’이다. 숏폼 영상에 더 몰입하고, 유튜브 영상을 몇배속으로 돌려 보는 사용자 환경에서 웹툰은 감상속도를 이용자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콘텐츠이기도 하다.

채 부사장은 “제작비가 대규모로 들어가는 드라마, 영화 등 영상과 달리 웹툰은 ‘우주 전쟁’이든 ‘캠퍼스물’이든 제작비에 차이가 적다”며 “상상력만 있다면 한계가 없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양적 측면에서도 드라마나 영화 제작과 비교 불가다. 그는 “네이버웹툰에서 오리지널 콘텐츠가 1년에 500작품이 나온다”며 “세계 어딜 봐도 오리지널 작품이 연간 500개씩 나오는 플랫폼은 없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작가들이 AI 기술을 창작에 사용하는 데 대해선 “채색이나 후보정 등 제작 공정에는 도움을 주겠지만, 아주 본질적인 부분은 변하지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창작자가 만드는 스토리와 세계관”이라고 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