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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남·원·정’ 불가능해졌나…당 위기에도 ‘친목 도모’ 수준에 갇힌 국힘 초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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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남·원·정’ 불가능해졌나…당 위기에도 ‘친목 도모’ 수준에 갇힌 국힘 초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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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차기 대표 선출을 위해 모여 서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차기 대표 선출을 위해 모여 서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남원정’ 같은 모습은 나오기 힘들어진 것 같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19일 12·3 불법계엄 이후 지난 1년간의 당내 분위기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마저 당 위기 상황을 관망하는 기류가 팽배하다는 것이다.

그는 “2002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차떼기 사건’ 당시 ‘젊은 피’였던 남경필 전 경기지사,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정병국 전 의원이 선배들에게 들고 일어나 당 개혁에 앞장섰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장동혁 대표에게 쇄신을 요구하는 당내 움직임은 이성권 의원을 비롯한 재선 의원들이 주도하는 상황이다. 재선 의원 공부 모임 ‘대안과 책임’ 주축으로 지난 3일 의원 25명의 ‘불법계엄 1년 사과 성명서’가 발표됐다. 이들은 지난 16일 내년 6·3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당 개혁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도 열었다.

같은 날 초선 의원 25명 안팎이 참석해 비공개로 진행된 초선 의원 모임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김용태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든 계엄에 대한 사과든 입장을 반드시 내야 한다”고 한 것 외에 당내 현안에 대한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더욱이 김 의원 발언 도중 여러 의원들이 “다음에 말하라” “말하지 말라”면서 한숨을 쉬거나 눈총을 보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날 모임에서 초선 대표로 뽑힌 박상웅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 논의 과정서 친목 도모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나왔다”며 “이 모임은 정치적 단체라기보다는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020년과 2024년 총선에서 잇따른 패배로 당세가 영남권으로 쪼그라들면서 초선 상당수가 영남권, 비례대표 의원인 점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43명 중 영남권 의원은 20명, 비례대표 의원이 16명에 달한다. 수도권 초선 7명 중에서도 5명은 보수 강세 지역인 서울 강남 3구에서 당선됐다. ‘남원정’도 모두 수도권을 기반으로 두고 있었다.

초선 의원 A는 “초선 의원 대부분이 어차피 이기는 지역에서, 말하자면 당에 큰 은사를 받고 당선됐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초선 의원 B는 “영남과 비례 의원은 눈치만 보니 초선에서 목소리가 안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와 달리 당 지도부가 이견을 용인하지 않는 것도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초선 의원 C는 “18대·19대·20대 국회 때는 수요모임, 민본21과 같은 당에 개혁적인 초선 모임이 꾸려져 당 지도부가 잘못된 결정을 하면 들이받고, 지도부와 중진들도 초선들은 당연히 그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21대 국회 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이준석 전 대표를 내쫓고, 나경원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에 반대하는 연판장을 돌리는 등 비판적 목소리를 해당 행위로 간주하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초선들이 의견을 내는 것을 주저하는 문화가 자리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장 대표 체제 역시 친한동훈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이 장 대표를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는 등 이유로 당원권 2년 정지 중징계를 권고한 상황이다.

초선 의원 D는 “22대 초선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는 등 친윤석열계로 공천받은 분들이 많다 보니 의견이 잘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친한동훈계 의원들 사이에선 자신들의 의견이 계파 논리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김병관 기자 bg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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