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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 명 안다" 시진핑이 찍은 그…李 방중때 이창호 9단 동행

중앙일보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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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 명 안다" 시진핑이 찍은 그…李 방중때 이창호 9단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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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급’ 바둑 기사 이창호 9단이 이재명 대통령의 내년 초 국빈 방중에 동행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창호 9단이 지난달 30일 열린 2025 인크레디웨어 레전드리그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GOGO 양양의 2지명 최규병 9단을 241수 만에 흑 불계승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이창호는 개인 통산 1천968승(1무 814패)째를 수확해 스승 조훈현 9단과 최다승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사진 한국기원

이창호 9단이 지난달 30일 열린 2025 인크레디웨어 레전드리그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GOGO 양양의 2지명 최규병 9단을 241수 만에 흑 불계승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이창호는 개인 통산 1천968승(1무 814패)째를 수확해 스승 조훈현 9단과 최다승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사진 한국기원



19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이창호 9단이 이 대통령의 내년 초 국빈 방중에 동행한다”며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해제 기대가 높아지는 국면에서 바둑계의 거물이 직접 방중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문화 교류 차원에서 상징성이 클 뿐 아니라 이창호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개인적 인연도 고려한 결정이라고 또 다른 소식통은 전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실시한 한한령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한국 문화의 중국 내 진출과 인적 교류 전반에 대한 제약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창호 9단이 2018년 1월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발언하는 모습. 중앙포토

이창호 9단이 2018년 1월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발언하는 모습. 중앙포토



이번 방중 기간 이창호와 시 주석과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이는 세 번째 대면이다. 다만 중국에서 만남이 이뤄지는 건 최초다.

앞서 이창호는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 국빈 만찬에 초청돼 시 주석과 11년 만에 다시 만났다. 이는 시 주석이 2014년 첫 방한 당시 이창호를 기억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특별히 마련된 자리였다고 한다.

시 주석은 2014년 청와대 만찬에서 “오늘 오신 분들 가운데 모두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딱 한 분은 잘 알고 있다”며 이창호를 직접 지목했다. 당시 시 주석은 “이창호는 중국에서도 매우 유명하고 중국 기사들도 이창호를 거의 이겨본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바둑은 한국과 시 주석을 잇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지난 1일 APEC 정상회의 계기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최고급 비자나무 원목으로 제작한 1억원 상당의 '본비자 바둑판'을 선물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바둑알을 선물했으니 이제 그 바둑알을 올릴 바둑판을 전한다는 상징성을 고려했다"며 "한·중이 세계 바둑계를 주도하고 있듯 양국이 좋은 관계를 지속해나가기를 기원하는 의미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1일 이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선물한 '본비자 바둑판'과 '나전칠기 자개원형쟁반'. 사진 대통령실

지난달 1일 이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선물한 '본비자 바둑판'과 '나전칠기 자개원형쟁반'. 사진 대통령실



정부는 최근 한·중 관계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서해 구조물 문제나 북핵 문제 등 양측 간 이견이 큰 사안의 즉각적 해결보다는 사회·문화 교류와 같은 비교적 부담이 적은 분야부터 성과를 내자는 기조를 취하고 있다. 이창호의 방중 및 시 주석과의 만남 추진 역시 한·중 양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문화계 인사의 교류를 통해 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이어나가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1986년 프로에 입문한 이후 40년 가까이 정점의 자리를 지켜온 이창호는 한국을 넘어 세계 바둑사에서도 역대 최고 기사로 평가받는다. '한류의 원조'라고 불릴만큼 중국 내 인기가 높다.


특히 2005년 중국과 일본의 강자 다섯 명을 연파하며 마지막 주자로 우승을 확정지은 농심배 ‘상하이 대첩’을 비롯해, 그가 들어 올린 메이저 국제대회 우승컵은 총 17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통산 1969승을 기록하며 스승 조훈현 9단을 넘어 역대 최다승 기록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스승과 제자인 조훈현과 이창호의 치열한 경쟁과 인연을 그린 영화 '승부'가 지난 3월 개봉하기도 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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