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다 총재 모호한 발언에 엔화 매도…10월 이후 최대 일일 낙폭
재무성 '기습 개입' 가능성…성탄 연휴 최대 고비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19일 금리 인상 결정 이후 기자 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답하고 있다. 2025.12.19 ⓒ 로이터=뉴스1 |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30년 만에 최고로 인상했지만 엔화가 오히려 대거 매도되면서 외환시장 참여자들이 달러당 엔화 환율을 정부 개입이 예상되는 위험구역까지 밀어 올렸다.
BOJ가 19일 정책금리를 0.5%에서 0.75%로 인상하며 30년 만의 최고로 올렸지만 엔화 가치는 급락했다. 이번 인상이 이미 시장에 충분히 예고된 탓에 투자자들은 인상 결정이 나오자마자 엔화를 '팩트에 팔자(Sell the fact)' 행태로 매도했다.
특히 우에다 가즈오 총재의 기자회견 이후 엔화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우에다 총재가 향후 금리 인상의 시점과 속도에 대해 끝내 모호한 태도를 유지했고, 유럽 거래 시간대에서 달러당 엔화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은 1.2% 뛰어 157.36엔까 치솟았다. 지난 10월 초 이후 하루 최대 상승 폭이자 최근 한 달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MUFG 은행의 데릭 할페니 글로벌 마켓 연구책임자는 로이터에 "시장의 금리 인상 기대가 높았던 만큼, 일본은행의 발표에는 엔화 매도세를 멈출 만한 강력한 한 방이 없었다"며 "엔화 지지를 위해선 더 높은 단기 금리가 필요했지만 우에다 총재는 엔화를 지지할 만한 것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55엔을 넘어 157엔대까지 진입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이제 일본 재무성의 시장 개입(Intervention) 여부로 쏠리고 있다. 일본 외환 당국은 지난 2024년 7월 환율이 161.96엔까지 치솟았을 당시 약 5.5조 엔을 투입해 엔화를 사들인 바 있다.
블룸버그는 "달러당 엔화 환율의 모멘텀이 강해지면서 핵심적 추세선 부근으로 바싹 다가서고 있다"며 "환율이 저항선을 뚫고 올라간다면(엔화 약세) 11월 20일 기록한 고점인 157.89엔을 넘겨 올해 최고치였던 158.87엔까지 상승할 길이 열리게 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 일본 정부가 환율 시장에 직접 개입할 것이라는 추측에 불이 지펴질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특히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은 거래량이 줄어들어 변동성이 극도로 커지는 시기라는 점에서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일본 관료들이 '절대적 환율 수준'보다 '변동성(속도)'을 더 경계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조용한 연휴 기간에 기습적인 개입이 단행될 가능성이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부상하고 있다고 할페니 책임자는 경고했다.
BOJ이 금리를 올렸는데도 엔화가 떨어지는 이례적인 상황은 외환시장이 우에다 총재보다 '한 발 더 앞서가길' 원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공은 일본 재무성(MOF)으로 넘어갔고 '구두 개입'을 넘어선 실제 달러 매도가 언제 나올지에 연말 외환시장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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