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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10개사, 데드라인 앞두고 자구안 제출…정부 '지원 압박' 통했다

노컷뉴스 CBS노컷뉴스 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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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10개사, 데드라인 앞두고 자구안 제출…정부 '지원 압박'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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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대산·울산산단, 막판 진통 끝에 자구안 제출
정부, 370만톤 감축 제시…목표 감축량 맞출듯
다음주 장관-CEO 간담회서 지원책 논의할 듯
여수국가산업단지. 전남도 제공

여수국가산업단지. 전남도 제공



정부가 지난 8월 '선(先) 자구노력, 후(後) 지원' 방침을 밝힌 지 넉 달 만에 국내 주요 석유화학(석화)사들이 감축안을 제출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연말까지 감축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지원도 없다'는 정부의 방침 위에서 제출 '데드라인'을 코 앞에 두고 기업들이 분주하게 움직인 모양새다.

이들이 제출한 계획안들이 현실화 되면 정부가 불황에 빠진 석화 산업 재편을 위해 업계와 함께 정한 '연간 생산량 270만~370만 톤 규모의 나프타크래킹센터(NCC) 감축'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부와 석화기업 10개사는 22일 간담회를 갖고 지원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데드라인 다가오자 잇따라 결단

19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GS칼텍스, 여천NCC, 롯데케미칼 등 주요 석유화학사들은 이날 오후 산업부에 사업재편 계획안을 잇따라 제출했다. 정부가 지난 8월 연말까지 자구안을 내지 않으면 정부 지원은 없다는 취지로 NCC(나프타분해설비) 감축 목표를 제시한 지 넉 달 만이다.

앞서 산업부는 석유화학 구조 재편의 핵심 목표로 에틸렌 기준 최대 370만톤규모의 공급 과잉 해소를 제시한 바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에틸렌 등 석화 제품 핵심 원료가 넘쳐나면서, 공장을 가동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생산의 역설'에 직면하자 산업 붕괴를 막기 위해 업계와 도출한 목표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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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은 이날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의 이행과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개편에 참여하기 위해 사업재편계획안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LG화학이 여수 산단 내 GS칼텍스와 손잡고 설비 통합을 위한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안에 무게가 실린다. LG화학의 노후 설비인 여수 제1공장(연산 120만톤)을 폐쇄해 가동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공동 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간 이견으로 제출 지연 가능성이 언급됐던 여천NCC도 롯데케미칼과 통합하기로 하면서 이날 감축안을 제출했다. 여천NCC 3공장(47만톤)에 더해 1·2공장 또는 롯데케미칼 공장 추가 폐쇄 검토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여천NCC 1·2공장은 각각 약 90만톤, 롯데케미칼은 123만톤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산 산단에서도 추가적인 재편안이 나왔다. 이미 1호 재편안을 낸 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에 이어, 한화토탈에너지스(152만5000톤)와 LG화학(130만톤) 역시 설비 효율화를 위한 협업 모델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호 감축안이 이미 대산 산단에서 나온 만큼 추가적인 설비 축소가 이뤄지더라도 그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던 울산 산단 기업들(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대한유화)도 재편안을 냈다. NCC 설비 감축을 넘어, 폴리머 생산 설비를 축으로 하공정(다운스트림) 밸류체인 전반을 효율화하고 최적화하는 전략이 재편안에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삼사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렸지만, 정부의 압박 기조 속에 '제때' 재편안을 마련한 셈이다. 당초 에쓰오일은 내년 샤힌 프로젝트의 상업 가동을 앞두고 있어 감축에 미온적이었다.


이들보다 앞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이미 지난달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을 물적 분할한 뒤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방식의 사업재편계획 승인을 처음으로 요청했다. 롯데케미칼의 대산공장 NCC의 에틸렌 기준 연간 생산량 규모는 110만톤, HD현대케미칼의 공장은 85만톤이다. 구체적인 감축 방식은 합병 법인에서 결정될 전망인데, 예상대로 롯데케미칼 공장이 폐쇄되면 연산 최대 110만톤의 감축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음 주 산업부-석유화학사 간담회…통 큰 지원 나오나

설비 감축안이 잇따라 나오면서 이제는 산업부의 종합 지원 대책으로 관심이 쏠린다. 산업부는 그간 업계 재편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시한을 맞추지 못한 기업들은 정부 지원에서 제외되고 향후 대내외 위기에 대해 각자도생해야 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이에 석유화학사들이 사실상 목표치를 상회하는 감축량을 제시함에 따라 산업부도 본격적인 지원책 마련에 착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부는 이번 구조조정이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금융 지원 및 세제 지원, 규제 완화 등의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 채권단은 지난 16일 채무 만기를 연장하기로 하면서 지원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오는 22일 LG화학과 롯데케미칼, HD현대케미칼,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등 10개 석유화학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각 사가 제출한 자구안을 바탕으로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지원책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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