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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외면받는 은행주식

매일경제 최재원 기자(himiso4@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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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외면받는 은행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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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증권 분야 취재를 하면서 의아했던 것이 있다. 조 단위로 이익을 내는 은행 주식의 외국인 지분율이 60%에 달하고, 정작 국민들은 관심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대다수 금융지주사들은 연간 5조원가량을 벌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외국인 지분율은 70% 내외로 더 높아졌고, 여전히 개인들은 은행주를 외면한다. 흔히 말하는 '이자장사'로 은행들이 번 돈을 외국인들이 배당으로 독식하는 현실은 꽤 안타깝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원인은 '관치'에 있지 싶다. 정부는 수십 년 전부터 은행업 라이선스를 쥐고 은행들을 쥐락펴락해왔다. 애시당초 경쟁은 없고 '사고 치지 말라'는 정부 눈치에 은행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 예대마진 영업에 익숙하다. 관치가 저효율을 부른 것이다. 행여라도 은행들이 수익을 조금 더 내면 정부는 이런저런 세금과 출연금을 늘렸다.

주가는 미래 이익 증가 기대감에 의해 결정된다. 아직 배당수익보다는 자본차익에 관심이 많은 국내 투자자들은 은행의 이익 성장을 기대하지 않기에 투자도 안 한다. 장기투자 성격의 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한국의 은행들은 꾸준히 이익을 내고 배당성향은 높은 배당주로서 가치가 있다.

외국인들은 애초 은행들이 관치 아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주주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은행의 월급쟁이 경영진들이 꼬박꼬박 배당만 잘해주면 그들은 '생큐'다. 그리고 사실상 무주공산인 은행과 금융지주의 경영진들은 연임을 꿈꾼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이사회 참호 구축' 지적은 여기서 비롯됐다고 본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운운 역시 또 다른 관치일 뿐이라는 데 있다. 관치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연금의 이사 추천 카드를 만지작거릴 것이 아니라 은행들이 자유로운 경쟁으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투자자 저변이 확장되고 보다 적극적인 주주들이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제대로 할 것이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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