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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금리 인상에 재부상한 '엔 캐리' 경계감… 비트코인·환율 변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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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금리 인상에 재부상한 '엔 캐리' 경계감… 비트코인·환율 변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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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준금리 0.5%→0.75% 인상
한국은행도 임시 금통위 열어 대응
지난해 불법 계엄 후 1년 만에 처음


19일 서울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서울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만장일치로 금리를 인상하자 시장 시선은 곧바로 위험자산으로 향했다. 가상자산과 외환시장을 중심으로 경계 심리가 빠르게 확산했다.

일본은행은 19일 정책금리를 기존 연 0.5%에서 0.75%로 인상했다. 1995년 9월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리 인상 직후 일본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도 19년 만에 2%대로 올라섰다.

일본 금리 인상 소식에 가상자산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한국시간 이날 오전 9시쯤 8만4,000달러(약 1억2,600만 원) 선까지 밀렸다. 24시간 전보다 0.17% 낮고, 일주일 전과 비교해 7% 넘게 떨어진 수준이다. 오후 들어선 소폭 반등하며 8만6,000달러 선에서 횡보 중이다.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자금을 조달해 해외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경계감이 다시 고개를 들며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영향이다. 실제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했던 지난해 3월에도 비트코인은 약 23% 폭락했다.

외환시장에선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0원 내린 1,476.3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보다 2.8원 내린 1,475.5원에 개장한 뒤 장중 상승세로 돌아서며 1,478원 선까지 올라섰지만, 다시 하락 마감하며 등락을 거듭했다.

외환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향후 6개월간 △금융기관이 한은에 예치한 외화예금 초과지급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하고 △비예금성 외화부채에 부과되는 외화건전성부담금을 면제하기로 했다.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은 "금융기관 해외 운용 자금을 국내에 머물게 하는 효과가 기대된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 정책 금리인 연 3.50~3.75% 수준 이자를 지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개최한 건 불법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4일 이후 처음이다.

다만 금리 인상 변수가 이미 선반영된 만큼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실제 이날 코스피는 위험 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될 것이란 관측과 달리 전 거래일 대비 26.04포인트(0.65%) 오른 4,020.55에 마감했다. 전날 4,000선을 내준 뒤 하루 만에 반등했다. 박성우 DB증권 연구원은 "엔 캐리 자금은 미국 경기 침체와 일본 인플레이션이 결합해 달러·엔 환율이 급락할 것이란 기대가 형성될 때 극단적 변동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다만 소비 성장이 양호하고 기업 투자가 견조해 현재 미국 경기 급랭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전유진 기자 no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