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국프로볼링협회 제공 |
[OSEN=용인, 강필주 기자] 13년이 걸린 우승. 어머니 앞에서 거둔 승리라 더욱 의미가 컸다.
정재영은(41, MK)은 18일 용인 볼토피아에서 열린 시즌 최종전인 제15회 스톰컵 국제초청볼링대회 TV 파이널 최종 결승전에서 윤여진(47, DSD)을 247-215로 꺾었다.
이로써 2013년 데뷔한 정재영은 13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3년 동안 볼링을 완전히 놓았던 때도 있었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은 정재영이다.
9프레임에 우승을 굳히며 눈시울을 붉힌 정재영은 경기 직후 "솔직히 오늘 우승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면서 "준결승부터 샷 감각을 찾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어머니가 제 경기를 보기 위해 처음 경기장에 오셨다. TV 파이널 준결승부터 오셨다"면서 "그래서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고 아들로서 인정을 받고 싶었다. 이번 우승으로 볼링 선수로서 자랑스러워하셨으면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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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은 초등학교 때 동호회 활동을 하던 아버지 손에 이끌려 볼링에 입문했다. 정재영이 소질을 보이면서 고등학교 때 스카우트를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선수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재영의 볼링은 어머니 앞에서 한 번도 선보이지 못했다. 매 경기마다 마음을 졸여야 하는 만큼 정재영의 어머니는 아들의 경기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이날 처음 현장에서 아들의 경기 모습을 지켜본 것이다.
정재영은 "9프레임에서 스트라이크를 치면서 '아, 우승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도 우셨다. 그때부터 울컥했다"면서 "1프레임부터 10프레임까지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떠올렸다.
정재영의 볼링 인생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는 "2015시즌이 끝난 후 2016~2018년까지 3년 정도 아예 볼링공을 놓았다. 그만둘 생각이었다. 부모님도 오히려 반기셨다"면서 "그러다 신앙을 갖게 됐고 그것이 계기가 돼 2019년에 다시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공백기 동안 그는 "몽골에서 선교 활동도 다녔다. 그 지역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내가 언제 가장 행복했을까'를 생각했다. 그 답이 볼링이었다. 내가 볼링할 때가 가장 행복했더라"고 돌아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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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은 2025년을 돌아보며 정재영은 "초반 출발이 좋았다. 정읍 단품미인컵에서 준우승을 하면서 흐름이 괜찮았다. 이후 계속 컷오프되면서 힘든 시간이 많았지만 시즌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할 수 있어 개인적인 목표를 이뤘다"고 웃었다.
내년 혹은 앞으로 목표는 무엇일까? 정재영은 "솔직히 제 인생에 1승은 없을 줄 알았다. 이제는 숫자보다도 볼링을 통해 좋은 영향력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 볼링은 제게 전도를 위한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고 다짐했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