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BA 데뷔 2년 차에 8강, 16강 돌풍
10월 전국체전서는 생애 첫 바둑 은메달
“공통점은 수싸움, 어려운 건 몸 쓰는 당구”
이달 초 경기 고양시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8차 투어 '하림 PBA-LPBA 챔피언십' LPBA 32강전. 한때 아마추어 국내 최강자였던 이신영을 세트스코어 3-1로 완파한 돌풍의 주인공에 당구계가 주목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선수가 불과 한 달여 전, 제106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여자일반부 바둑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대한바둑협회 소속 현역 바둑 기사라는 점이다.
박예원(27)은 프로 당구와 아마추어 바둑을 겸업하는 보기 드문 ‘이도류’다. 지난 17일 경기 화성시 ‘강차 당구연구소 아카데미’에서 만난 그는 “당구는 아직 상대 선수들이 나를 잘 몰라서, 바둑은 팀원을 잘 만나서”라며 ‘운동 천재설’을 부인하며 웃었다.
하지만 남다른 ‘운동 DNA’는 내재돼 있음이 분명했다. 박예원은 “초등학교 때 농구교실에서 엘리트 선수 제안도 받았고, 운동 신경이 좋다는 말은 자주 들었다”면서 “여러 종목을 하다가 6학년 때 바둑에 입문했다”고 했다. ‘바둑 여제’ 최정 9단과 같은 도장에서 기량을 연마한 박예원은 2019년과 2021년 아마추어 바둑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10월 전국체전서는 생애 첫 바둑 은메달
“공통점은 수싸움, 어려운 건 몸 쓰는 당구”
박예원이 17일 경기 화성시 강차 당구연구소 아카데미에서 본보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화성=하상윤 기자 |
이달 초 경기 고양시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8차 투어 '하림 PBA-LPBA 챔피언십' LPBA 32강전. 한때 아마추어 국내 최강자였던 이신영을 세트스코어 3-1로 완파한 돌풍의 주인공에 당구계가 주목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선수가 불과 한 달여 전, 제106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여자일반부 바둑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대한바둑협회 소속 현역 바둑 기사라는 점이다.
박예원(27)은 프로 당구와 아마추어 바둑을 겸업하는 보기 드문 ‘이도류’다. 지난 17일 경기 화성시 ‘강차 당구연구소 아카데미’에서 만난 그는 “당구는 아직 상대 선수들이 나를 잘 몰라서, 바둑은 팀원을 잘 만나서”라며 ‘운동 천재설’을 부인하며 웃었다.
하지만 남다른 ‘운동 DNA’는 내재돼 있음이 분명했다. 박예원은 “초등학교 때 농구교실에서 엘리트 선수 제안도 받았고, 운동 신경이 좋다는 말은 자주 들었다”면서 “여러 종목을 하다가 6학년 때 바둑에 입문했다”고 했다. ‘바둑 여제’ 최정 9단과 같은 도장에서 기량을 연마한 박예원은 2019년과 2021년 아마추어 바둑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당구 큐를 처음 잡은 건 성인이 된 20세 무렵이다. 김가영이 운영하던 포켓볼 아카데미를 찾아 취미로 시작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짧은 외유’로 끝나는 듯싶었다. 그런데 3년 전 아버지가 다시 큐를 건넸고, 그 길로 본격적인 선수 입문을 준비했다. 박예원은 “작년 3월부터 이곳으로 옮겨 하루 10시간씩 훈련을 해 왔다”고 전했다.
데뷔 시즌은 혹독했다. 최고 성적 64강 한 번뿐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3차전(NH농협카드 배)에서 일을 냈다. 1차 예선부터 히다 오리에 등 쟁쟁한 선수들을 차례로 꺾으며 5연승으로 8강에 진출했다. 그리곤 8차 투어에서 다시 16강에 오르며 돌풍이 운이 아님을 입증했다.
뒤늦게 시작한 당구에 ‘올인’하느라 그 무렵 바둑은 손을 놓다시피 했다. 그런데 웬걸. 지난 10월 울산광역시 대표로 출전한 바둑에서 생애 첫 전국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예원은 “주위에서 신기해하더라. 마치 공부 안 하고 시험 잘 본 학생 보듯이…”라고 웃으면서 “준비는 충분히 못 했지만 1년에 한 번뿐인 전국체전은 소속팀과 계약도 있고, 개인적으로도 꼭 나가고 싶었다”면서 “팀원들이 잘해줬고, 대진운도 따르는 바람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2023년 서울에서 열린 바둑 대회에 출전 당시 박예원. 박예원 제공 |
박예원의 최대 강점은 심리전의 대명사로 꼽히는 두 종목을 모두 섭렵하면서 배가된 포커페이스. 그는 “나 스스로는 여러 감정 변화가 있는데, 보는 사람들은 침착해 보인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강차 당구연구소 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PBA 간판’ 강동궁도 “바둑을 해서 그런지 마인드컨트롤과 집중력이 남다르다”면서 “처음 왔을 때 23점을 쳤는데 지금 28점 실력”이라고 평가했다.
당구와 바둑 중 뭐가 어려울까. 박예원은 “시작은 당구가 어려웠다. 앉아서 바둑만 두다 보니 처음엔 30분도 서 있기 힘들었다”고 웃으며 “창의성도 필요하고 몸으로 하는 종목이라 자세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공통점은 ‘수싸움’이다. 돌(공)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다음 수를 계산하고 상대 흐름을 차단하는 전략적 사고가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박예원은 최고 자리에 있는 선수들을 닮고 싶어 한다. 당구는 김가영, 바둑은 최정이다. 그는 “최정 언니랑은 같은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철저한 루틴에 놀랐고, 김가영 선배님께도 최근에 조언을 얻었는데 역시 챔피언의 마인드는 다르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예원 인생의 무게중심은 바둑에서 당구로 조금 옮겨 가고 있다. 그는 “머리로만 하는 바둑 수명이 더 길 것 같지만 뇌의 노화가 신체보다 더 빠르더라”면서 “그래도 평생 해 온 바둑도 놓고 싶지 않다. LPBA 우승, 전국체전 금메달 모두 도전해 보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화성=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