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연구동향 보고서 2025
국내 암환자와 암 사망자가 늘어나지만 2001년 인구 10만명당 246.2명이던 암 사망률은 2023년 147.6명으로 40% 낮아졌다. 고령화로 암 사망자의 절대적 규모는 늘었지만 조기진단과 암 치료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18일 대한암학회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암 연구동향 보고서 2025' 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박도중 발간위원장(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은 "고령인구가 많아지면서 암 사망자 수의 절대적 규모는 늘었지만 암 정복을 위한 정부와 의료계의 노력으로 암 사망률은 하락 추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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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암학회 '암 연구동향 보고서 2025' 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박도중 발간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한암학회 |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암 사망자는 2001년 5만9288명에서 2023년 8만5271명으로 늘었다. 특히 2023년 암 사망자는 전체 사망자(35만2511명)의 24%로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한 심장질환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고령인구가 늘면서 암환자, 암 사망자도 증가한 건데 같은 기간 '암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46.2명에서 147.6명으로 오히려 40% 낮아졌다.
특히 국내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2000년 46.5%에서 2018년 71.7%로 향상했다. 이러한 성과는 '발생 대비 사망비' 지표를 통해 알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위암 △대장암 △유방암의 발생 대비 사망비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표는 암 발생 환자 가운데 얼마나 많은 환자가 생존으로 이어졌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데 값이 낮을수록 생존율이 높음을 뜻한다.
박 위원장은 "우리나라 암환자의 발생 대비 사망비가 낮은 건 국가암검진을 통한 조기진단과 의료현장의 우수한 치료성과 덕분에 암이 많이 발생하더라도 사망으로 이어질 확률이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높은 암 치료성적을 이어가려면 임상시험 수준도 뒷받침돼야 한다. 2024년 우리나라는 '임상시험 수행국가' 세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단, 임상시험의 70% 이상이 '의뢰자(제약사 등) 주도'였고 연구자 주도의 암 임상시험은 29.3%에 그쳤다. 박 위원장은 "연구자 주도의 항암제 임상시험을 활성화하고 독립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개선,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암 임상시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한국을 위협한다. 한국의 암 임상시험 건수는 2020년 323건에서 2024년 215건으로 줄었고 미국도 같은 기간 2651건에서 2030건으로 감소했다. 반면 중국은 1394건에서 2201건으로 크게 늘었다.
앞서 중국 정부는 과학기술부 주도하에 2022년 '국가 중점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는데 생명과학분야 예산(53억5000만위안)의 47%(25억3000만위안·약 5000억원)를 암 연구 프로젝트 4개에 배정했다. 박 위원장은 "중국은 한국보다 임상시험 대상자(암환자)가 압도적으로 많고 임상시험 진입이 수월한 데다 중국에서 개발한 신약을 수출하기 전에 자국민에게 널리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 위협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상욱 대한암학회장은 "우리나라는 연구자와 정부, 국민의 노력이 더해져 세계 최고의 의료수준과 암 연구역량을 갖추게 됐지만 여전히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며 "암 정복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앞으로도 암학회가 중심이 돼 산학연관의 긴밀한 협력을 이끌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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