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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9 유태양, 퇴근하자마자 자아성찰…재도전한 '렌트' 덕에 행복한 '집착광공' [TEN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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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9 유태양, 퇴근하자마자 자아성찰…재도전한 '렌트' 덕에 행복한 '집착광공' [TEN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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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정다연 기자]
사진=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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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가득한 마음으로 노크했지만 유태양 앞에는 여러 개의 문이 있었다. 시작은 땅굴을 파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유태양은 작품과 배역에 대한 애정 그리고 특유의 집요함으로 개막 한 달이 지난 지금 비로소 땅속 깊은 곳 숨어 있던 여유를 얻었다.

지난달 9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뮤지컬 '렌트'에 그룹 SF9 멤버 유태양이 새롭게 합류했다. 유태양은 지난 16일 언론과 만나 작품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들려줬다.

'렌트'는 1996년 브로드웨이에서 첫 막을 올린 뮤지컬이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La Bohême)을 현대화한 작품이다.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모여 사는 예술가들의 치열한 삶을 그렸다. 동성애, 에이즈, 마약 등 시대의 금기를 마주한 청춘들의 목소리로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 작품은 2000년 7월 초연을 시작으로 올해 열 번째 공연이다. 유태양은 해당 작품에서 남자 주인공인 로저 역으로 새롭게 캐스팅됐다. 2023년 구연 당시 오디션에 지원했지만 아쉽게 불발된 후 이번 십연을 통해 드디어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사진=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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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로저는 무명의 음악가다. 세상과 대화를 단절하는 어두운 캐릭터다. 유태양은 로저를 만난 순간 남 같지 않은 "그냥 나야"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자신을 보여주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렌트' 속 로저를 쟁취했다.

유태양은 로저의 어떤 부분과 그토록 닮았을까. 그는 "로저가 자신의 꿈이나 사랑을 찾으려고 할 때마다 엎어지고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게 나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또 "어릴 때부터 혼자만의 시간을 중시하는 사람이었고, 팬들이 주는 사랑에 비해 나는 아직 불완전한 존재 같다는 점에서 로저가 내적으로 갈등하는 것과 내 내적 갈등이 일치하는 것 같다"고 했다.


닮은 듯했던 로저는 실제로 다가가 보니 생각보다 더 어두웠다. 로저 연습을 시작한 순간부터 땅굴을 파는 심정이었다는 유태양은 배우들과 화기애애하게 연습하기에는 로저가 너무 어둡다고 생각해 연습실에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했다.

사진=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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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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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양은 공연장에 올 때마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했다. 건강 등의 이유가 아닌 역할에 대한 전날의 밤샘 고민 때문이다. 그는 "오늘 무대를 잘 해내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감 때문에 밝은 불이 안 들어온다"고 했다.

"집에서 공연장으로 출발 후부터 무대 직전까지 항상 표정이 좋지 않아요. 하지만 관객분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그날 하루 몫을 해내요. 그러면 다음 날 더 잘하고 싶고. 이 루틴이 반복돼요."


어두운 감정의 지속, 일상생활 속에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유태양은 "실제로 일상 속 안정감이 많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감정을 원하기도 했기 때문에 지금은 이 기분을 계속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유태양은 로저와 음역도 맞지 않는다. 그는 자신보다 목소리가 높은 로저로서 거의 퇴장 없이 약 2시간 30분간 관객들과 만난다. 체력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큰 에너지가 든다. 유태양은 "온통 잘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에너지를 아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퇴근 뒤에도 충전보다는 '오늘 어땠지?, '나 잘했나?' 등을 자문하며 그날 공연을 복기한다"고 했다.

사진=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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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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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실에서부터 퇴근 후까지 유태양은 '렌트'와 로저에 흡사 '집착광공'(무언가에 과하게 집착) 수준으로 진심이다. 그는 "나는 항상 부족했고 항상 따라가기 벅찼다. 그래서 채움을 위해 내 속은 항상 '더 해야 해'라는 마인드였다. 또 지금 하는 '렌트'가 내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무게 있고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렌트'라는 작품과 모든 배우·창작진이 제게 거대하게 느껴져요. 개막 한 달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믿기지 않을 때가 있어요."

연습 초반 땅굴을 팠던 유태양은 어느덧 로저가 가진 감정의 깊이를 체화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앤디 연출가가 '네가 느낀 그대로 하면 돼. 전혀 이상하지 않아' 등의 말을 많이 해 줬다"며 "'렌트'는 나 스스로 갇혀 있던 부분을 여는 계기가 됐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로저 역할을 맡았다는 것도 충분히 감사하지만, 나에 대해 더 알게 된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기와 노래에 대한 칭찬도 좋지만, 관객들이 내 공연을 보고 '그때 그 로저 다시 보고 싶어'라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사진=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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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