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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공황 시대의 상징 커플 ‘보니 앤 클라이드’, 범죄자를 사랑해도 되나요? [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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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공황 시대의 상징 커플 ‘보니 앤 클라이드’, 범죄자를 사랑해도 되나요? [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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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보은 김치제조 공장서 불…대응 1단계 발령
1930년대 세상을 뒤흔든 두 인물의 러브 스토리
시대의 아이콘으로 등극…비난도 이어져
11년 고민 끝 무대 올라…진정한 메시지는 ‘인간’
내년 3월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18일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프레스콜에서 (왼쪽부터) ‘클라이드’ 역 홍금비와 ‘보니’ 역 윤현빈이 대표 넘버 ‘나를 기억하게 해줄게’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 표권향 기자 gioia@sportsseoul.com

18일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프레스콜에서 (왼쪽부터) ‘클라이드’ 역 홍금비와 ‘보니’ 역 윤현빈이 대표 넘버 ‘나를 기억하게 해줄게’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 표권향 기자 gioi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범죄자의 삶을 미화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의외의 인물들이 있다.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도망자 신세로 평생을 살지만,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응원하는 지지자들도 존재한다. 이렇게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가 탄생했다.

‘보니 앤 클라이드’는 대공황기의 불황과 혼란 속 파격적인 행적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보니’와 ‘클라이드’의 실화를 바탕으로 무대화한 작품이다. 1930년대 눈에 띄게 세련된 패션으로 고급 자동차를 훔쳐 타고 다니며 자유를 향해 끝없는 여정을 떠나는 인물들을 노래한다.

작품을 접하기 전 관객은 범죄자를 마치 현시대의 인플루언서(influencer)처럼 대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관람 가능한 나이가 만 14세부터 시작이라 걱정 어린 염려도 두드러지게 들려온다.

최근 뮤지컬 열풍으로 ‘K-뮤지컬’이라는 타이틀까지 따낸 상황에서, 굳이 미국의 범죄자들을 다룬 ‘보니 앤 클라이드’의 스토리를 내놓을 이유는 무엇이냐는 질문도 던져진다.

하지만 ‘보니 앤 클라이드’는 남녀의 러브 스토리다. 공연 관람 후 작품에 대한 시각은 정반대로 바뀐다. 죄를 지은 도망자 신세이지만, 운명처럼 만난 ‘보니’와 ‘클라이드’의 열정적인 사랑에 열광한다.

11년 만에 새로운 페이지를 연 김태형 연출은 18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진행된 ‘보니 앤 클라이드’ 프레스콜에서 작품이 지닌 진정한 메시지에 대해 설명했다.


김 연출은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대에 유명한 범죄자 커플이 대중문화가 아닌 곳에서 반추해 받아들이는 의미를 나타낸다”라고 운을 띄었다.

18일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프레스콜에서 ‘클라이드’ 역 옥주현이 대표 넘버 ‘죽음은 그리 나쁘지 않아’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 표권향 기자 gioia@sportsseoul.com

18일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프레스콜에서 ‘클라이드’ 역 옥주현이 대표 넘버 ‘죽음은 그리 나쁘지 않아’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 표권향 기자 gioia@sportsseoul.com



오랜 시간 침묵을 지켜온 ‘보니 앤 클라이드’를 다시 세상에 끄집어내기 위한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작품을 제작하기로 결정했고 출발선에 섰다.

우려했던 일이 캐스팅 발표 시기부터 시작됐다. 당시 ‘보니’ 역을 맡은 배우 옥주현의 개인 SNS에 응원과 염려의 메시지가 동시에 올라왔다. 옥주현의 해외팬 중 한 명은 그가 게재한 ‘보니 앤 클라이드’ 홍보 영상 게시물에 “Bonny and Clyde killed 13 people at least. I love and admire you, but I don‘t understand this choice(보니와 클라이드는 적어도 13명을 죽였다.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지만, 이번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김 연출은 “잔혹한 살인자를 무대 위에서 자유롭고 근사하고 멋있게 표현한다는 것에 대해 ‘왜’라는 의문점을 가질 수 있다. 이들은 마지막 순간 수백발의 총알을 맞고 비참하게 살해된다. 단죄된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프레스콜에서 ‘보니’ 역 배나라가 대표 넘버 ‘지옥을 보여줄게’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 표권향 기자 gioia@sportsseoul.com

18일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프레스콜에서 ‘보니’ 역 배나라가 대표 넘버 ‘지옥을 보여줄게’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 표권향 기자 gioia@sportsseoul.com



2009년 처음 세상에 선보인 ‘보니 앤 클라이드’는 2011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빛을 발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정서가 다르기에 우리만의 색깔을 담아내야 했다. 김 연출은 “관객들이 한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기에, 영미권 라이선스에 치중하기보다 시대적·경제적 상황의 어려움과 고통을 표현하려고 애썼다. 당시 어쩔 수 없이 범죄자가 생겼다기보단, 시대가 이들을 만들었고, 이들은 그 시대에 살아남아 발버둥 치는 모습을 그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대가 인간을 악하게 만들고 저항·반항하게 할 수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선택은 자기 몫이다. 쾌락과 파멸, 순간의 즐거움을 택한 커플을 많은 이가 부러워하는 이유다. 인기의 힘으로 작품에 끌려가듯 범죄를 향해 달리는 삶을 추앙하고 칭송하는 사람들도 쫓아다닌다”라고 말했지만 “이들이 유명한 스타가 될 것 같은 우쭐함도 있지만, 결국 최후엔 그 선택에 대한 순간을 맞이한다”고 덧붙였다.


김 연출은 “모든 장면이 그렇진 않지만, 이들을 영웅으로 만드는 행위가 멋있고 근사하다고도 말한다. 견딜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랑, 범죄, 용기, 또 꿈꾸는 이들의 분위기가 멋있어 보였기 때문일 것 같다”라며 “현대에서도 비슷한 지점이 있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남들이 다 꿈꿔서 나도 같은 꿈이라는 착각은 하면 안 된다. ‘보니 앤 클라이드’는 우리의 삶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상을 뒤흔든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커플 ‘보니 앤 클라이드’에는 김 연출과 함께 김문정 음악감독이 진두지휘한다. ‘보니’ 역 조형균·윤현민·배나라. ‘클라이드’ 역 옥주현·이봄소리·홍금비, ‘벅’ 역 김찬호·조성윤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내년 3월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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