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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미래 금융 시스템의 기초”...폭락장에도 1900억 매수 실탄 확보

조선일보 서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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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미래 금융 시스템의 기초”...폭락장에도 1900억 매수 실탄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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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메타플래닛 게로비치 회장 “비트코인 총 21만개 확보 목표”
사이먼 게로비치 메타플래닛 회장. /메타플래닛

사이먼 게로비치 메타플래닛 회장. /메타플래닛


“호텔 부동산을 처분하고 미래 금융 시스템의 기반이 될 자산인 비트코인에 올인했습니다.”

사이먼 게로비치 메타플래닛 회장은 최근 WEEKLY BIZ 인터뷰에서 회사의 운명을 건 결단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호텔업을 하던 메타플래닛은 18일 기준 비트코인 3만823개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상장사 중 4위, 미국 외 기업 중 1위로 ‘아시아의 스트래티지(Strategy)’로 불린다. 지난해 4월 DAT(디지털 자산 재무전략) 기업으로 간판을 바꾼 이후의 행보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였다. 1년 새 주가가 최고 100배까지 폭등하며 한때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1위 종목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4분기 비트코인 시장이 침체되며 주가도 최고점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는 순간, 게로비치 회장은 오히려 ‘풀매수 버튼’을 눌렀다. 지난달 비트코인을 추가로 사들이기 위해 우선주 발행과 비트코인 담보 대출 등으로 1억3000만달러(약 1900억원)를 조달했다. WEEKLY BIZ는 게로비치 회장에게 시장이 공포에 떨 때 과감히 판돈을 키운 이유와 업종 전환 계기 등을 물었다.


◇“가격 하락해도 비트코인 매수”

-비트코인 폭락에도 자금을 조달한 이유는.

“단기적 약세는 저가 매수의 기회지만, 매수를 위한 이번 자금 조달은 비트코인에 대한 장기적 확신과 (사전에 정해진) 규율 있는 자본 배분 원칙에 따른 결정이었다. 우리의 자본 전략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을 축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트코인을 활용해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수익을 어떻게 만드나.


“우리는 비트코인 가격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질 때 손실을 보전해 주겠다는 조건의 계약(풋옵션)을 팔고, 그 대가로 현금을 먼저 받는다. 이를 옵션 프리미엄이라고 한다.

만약 비트코인 가격이 약정한 수준까지 떨어지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사지 않고 프리미엄만 그대로 수익으로 가져간다. 반대로 가격이 약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이미 받은 프리미엄을 유지한 채 더 낮은 가격에 비트코인을 매수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가격이 떨어질수록 더 싸게 비트코인을 모을 수 있는 구조다.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을 축적하면서 동시에 현금 수익도 창출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지난 3분기에만 이런 방식으로 1500만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회사 재무상 위험에 대한 우려는 없나.


“현재 부채비율은 약 1.1배로 낮은 수준이다. 과거 금융위기 당시 무너진 금융기관들의 부채비율이 30~50배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우리는 비트코인 가격이 80% 하락하더라도 현재 구조가 유지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 활용할 레버리지 역시 일반적인 부채가 아니라, 만기나 마진콜(증거금 부족분 요구) 부담이 없는 영구 우선주 중심이다. 시가 평가로 인한 압박 없이 장기 자본처럼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부동산 대신 비트코인

-호텔업에서 업종을 바꾼 배경은.

“코로나 사태는 호텔업이 안고 있는, 사실상 헤지(위험 회피)가 불가능한 리스크를 뼈저리게 드러냈다. 매출과 객실 점유율이 하루아침에 ‘제로(0)’로 떨어질 수 있다는 상황을 사전에 상정한 경영자가 과연 얼마나 있었겠는가. 호텔 비즈니스는 높은 부채와 낮은 마진 구조 위에 세워진 산업으로, 모든 조건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전제 아래 가격이 형성돼 있다. 그만큼 거시적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통화 체제의 전환(monetary transition)이 시작되고 있다는 신호를 읽게 돼 업종을 전환했다.”


-어떤 미래를 예상하나.

“아날로그 화폐에서 프로그래밍 가능한 디지털 화폐 금융으로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희소하고 자체 보관이 가능하며, 이동 가능하고, 중립적이며, 프로그래밍 가능한 ‘디지털 자본’으로서 통화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래 글로벌 통화의 준비자산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또한 가치 저장 수단을 넘어 신용 발행 담보, 글로벌 결제·정산 기반이자 디지털 금융 인프라의 지지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목표 수량과 장기 가격 전망은.

“메타플래닛의 목표는 전체 비트코인 발행량의 1%인 21만개를 획득하는 것이다. 공시된 장기 비트코인 보유량을 매도할 의사가 없으며, 다른 가상자산을 취득할 계획도 없다. 비트코인의 공급량은 고정돼 있는 반면, 법정 화폐는 구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어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훼손된다. 비트코인은 10조달러 규모의 자산군으로 가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시가총액 100조달러(개당 약 70억원) 규모의 글로벌 통화 기반 및 미래 금융 시스템의 기초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어로 진행한 인터뷰를 한국어 번역 과정을 거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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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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