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가가 최고점을 경신하면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온 국내 투자자의 ‘버티기’가 결과적으로 성공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AFP]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들고 있는 해외 종목, 테슬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내 투자자는 테슬라 주식 현물뿐만 아니라 레버리지를 섞은 상품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수익률은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 주가를 두 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티에스엘엘(TSLL)’ 전체 규모의 40%가량이 한국인 소유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 보관 금액이 가장 많은 해외 주식은 테슬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그 규모는 295억4700만달러에 달했다. 2위인 엔비디아(168억1900만달러)와 3위인 팔란티어(67억6700만달러)를 합친 규모보다도 약 60억달러가 많다.
올해 중 순매수 규모가 14위로 내려와 1위였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추가 유입 속도는 둔화했지만, 투자 규모 측면에서는 여전히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테슬라 주가 추이 |
특히 국내 투자자는 테슬라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이 들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 익스포저 규모는 훨씬 더 크다.
현재 테슬라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ETF(TSLL) 상품의 전체 규모(AUM)는 78억5000만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규모는 15일 기준 31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상품의 약 40%를 한국인이 들고 있는 셈이다.
올해 1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이러한 행태는 매우 위험한 투자로 지적됐다. 특정 종목에 치우친 데다가 레버리지까지 있어 리스크에 과도하게 노출됐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이례적으로 보고서를 내고 “(특정) 종목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지분율이 일부에서는 40%를 넘기도 하였으며, 지수가 아닌 테슬라 및 엔비디아 등 개별 종목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종목에도 투자하는 등 우리나라 투자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한 리스크 추구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러한 지적은 일부 맞아떨어져서 테슬라 주가는 작년 말 403.84달러, 올해 첫 거래일에 379.28달러로 내려앉은 뒤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 4월 7일 214.25달러까지 떨어졌다.
관세 불확실성이 급증하면서 시장 전체가 가라앉았고 테슬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정부효율부(DOGE) 활동과 그로 인한 경영 집중도 약화, DOGE 활동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 대규모 불매운동 등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12월 들어 테슬라의 주가가 급등세를 기록하면서 고점을 경신, 결과적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버티기’는 일단 성공하는 모양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전날보다 3.07% 오른 489.78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17일 종가 479.86달러를 나타낸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마감 직전 무렵에는 491.50달러까지 뛰어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12월 들어 테슬라는 두드러진 상승세를 이어왔다. 지난 11일 446.89달러 수준에서 12일 2.70%, 15일 3.56% 오른 데 이어 이날까지 사흘째 3% 안팎의 오름세를 이어왔다. 이는 인공지능(AI) 거품론으로 인해 약세나 보합 흐름을 보여온 여타 거대 기술기업(빅테크) 주가와는 차별화된 움직임이다.
로봇과 자율주행 기술 개발, 로보(무인)택시 사업 확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나타난 기대감이 주요 상승 동력으로 분석됐다.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차에 아무도 타지 않은 채 주행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무인 실험 진행을 알리면서 로보택시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지금까지는 테슬라는 오스틴에서 안전 요원이 탑승한 경우에만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테슬라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도 근래 주가에 탄력을 주는 요인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로봇 산업 지원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관측도 호재로 더해졌다.
증권가의 전망도 어둡지 않다. 미즈호 증권은 최근 테슬라 목표주가를 475달러에서 530달러로 상향 조정하면서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개선이 (텍사스주) 오스틴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택시 서비스 확대를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황산해 LS증권 연구원도 “모건스탠리가 테슬라 로보택시 산업이 2026년 유의미한 확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며 “현재 50~150대 수준에서 2026년에 1000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2035년말까지 여러 도시에 걸쳐 100만대 이상의 로보택시 운행을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특정 종목에 레버리지까지 섞은 상품에 국내 투자자가 과도하게 몰려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유효하다. 상승장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하락으로 돌아서면 리스크 관리를 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한은은 “2020년 하반기부터 보유 잔액 순위 1등을 유지한 테슬라의 주가수익률은 (2022년 당시) -65%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며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손실을 볼 경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오랫동안 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