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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에 등장한 AI 휴먼... 가상 인간 거품 걷히고 ‘돈 버는’ 산업으로

조선일보 최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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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에 등장한 AI 휴먼... 가상 인간 거품 걷히고 ‘돈 버는’ 산업으로

서울맑음 / -1.3 °
‘춤추던 로지’는 옛말
챗GPT처럼 똑똑한 AI에 사람 얼굴, 목소리 입혀
AI 은행원, AI 쇼호스트, AI 강사까지
가상인간 제이디(JD)/클레온 제공

가상인간 제이디(JD)/클레온 제공


가상인간 제이디(JD)가 제주공항에 설치된 모습 시뮬레이션/클레온 제공

가상인간 제이디(JD)가 제주공항에 설치된 모습 시뮬레이션/클레온 제공


“건조한 기내에서 쓰기 좋은 수분 크림 찾아드릴까요?”

이달 말부터 제주국제공항 JDC 면세점에서는 이렇게 고객과 대화하며 쇼핑을 돕고 길 안내도 하는 가상 인간 ‘제이디(JD)’를 만날 수 있다. AI 스타트업 클레온이 개발한 제이디는 JDC 면세점 각 매장의 상품 정보와 재고를 실시간으로 학습해 최신 정보를 제공한다.

한때 ‘빛 좋은 개살구’ 취급을 받았던 가상 인간이 은행 창구, 병원 데스크, 쇼핑몰 등에 투입되며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이전 가상 인간은 메타버스 열풍에 편승해 반짝 등장했다 사라지거나 “신기하긴 한데 쓸모는 없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가상 인간을 강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2세대 ‘가상 인간’ 핵심은 소통 능력

가상 인간을 지칭하는 용어는 ‘버추얼 휴먼’ ‘디지털 휴먼’ 등으로 다양하지만, 의미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1세대 가상 인간은 수억 원의 비용을 들여 정교한 그래픽으로 구현한 ‘버추얼 휴먼’을 뜻한다. 최근 부상하는 2세대는 사용자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디지털 휴먼’이다.

디지털 휴먼은 단순히 사람 형상을 흉내 내는 것을 넘어 거대언어모델(LLM)이라는 뇌를 장착했다. 이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 사람처럼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다 보니 기술의 승부처도 달라지고 있다. 시끄러운 공항 로비나 야외에서도 사용자의 말을 정확히 알아듣는 노이즈 제거 기술, 값비싼 서버 없이도 키오스크나 스마트폰에서 가볍게 구동되는 경량화 기술 등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가상 인간의 부상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혁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디지털 휴먼’ 162조 시장 열린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이머전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가상 인간’ 시장 규모는 2022년 44억 달러(약6조5000억원)에서 매년 37.9% 성장해 2032년에는 1098억달러(약 16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AI로 만든 디지털 휴먼이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서 인간 대신 상품을 팔고 있다. 사람이 직접 개입할 필요 없이 24시간 방송이 가능해졌고, AI 호스트의 판매 실적이 인간의 생방송 실적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중국에서 작년 매출 기준으로 디지털 휴먼 시장의 32.2% 점유율로 선두를 기록한 ‘실리콘 인텔리전스’는 홍콩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이다.


나스닥 상장사 사이엔조이(Scienjoy)의 자회사 ‘SJ Meta’는 지난 11일 두바이에서 차세대 디지털 휴먼 플랫폼 ‘AI Vista Live!’를 출시했다. 두바이 경찰과 대형 은행이 주요 고객이다. 모바일 앱, 키오스크, 홀로그램 3D(차원) 디스플레이 등을 넘나드는 ‘멀티 에이전트’를 표방하고 있다.

신한은행 ‘AI 브랜치’에서 AI 은행원이 업무를 안내하는 모습./신한은행 제공

신한은행 ‘AI 브랜치’에서 AI 은행원이 업무를 안내하는 모습./신한은행 제공


◇국내 스타트업도 약진

국내 스타트업 클레온은 구글, 삼성전자와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제미나이 창업자 포럼 멤버로 선정돼 클라우드 등 자원을 지원받고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제이디는 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 IFA에서 처음 선보인 ‘스페이셜 디스플레이(spatial display)’를 처음으로 활용했다. 솜털까지 구현해 내는 자연스러움과 경량화를 무기로 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최초의 실외용 인터랙티브 디지털 휴먼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딥브레인AI는 방송 뉴스 앵커 수준의 고화질 영상 기술을 앞세워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금융권 무인 점포의 ‘AI 뱅커’ 도입을 주도했다. 의료 분야에서는 용인세브란스병원이 마음AI와 협력해 ‘AI 스마트 데스크’를 도입했다. 다이퀘스트는 행정안전부와 공동으로 재난 피해자의 심리를 상담해 주는 AI 플랫폼을 개발하며 공공 영역으로 가상 인간의 쓰임새를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 기술 발전으로 가상 인간은 단순한 엔터테이너에 머물지 않고 ‘디지털 노동력’의 핵심이 됐다”며 “앞으로는 누가 더 자연스럽게, 그리고 얼마나 더 저렴한 비용으로 AI 직원을 현장에 공급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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