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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승은 길게, 연패는 짧게’ OK 부산 원정 완패의 여파는 없었다… 대한항공, 2위 현대캐피탈 셧아웃시키며 다시금 독주모드 ‘비상’ [인천 현장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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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승은 길게, 연패는 짧게’ OK 부산 원정 완패의 여파는 없었다… 대한항공, 2위 현대캐피탈 셧아웃시키며 다시금 독주모드 ‘비상’ [인천 현장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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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남정훈 기자]스포츠에서 강팀의 조건은 단순하다. 연승은 길게, 연패는 짧게. 이처럼 단순한 진리만 갖추면 강팀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짧은 문장 안에는 많은 것들이 함의되어 있다. 경기력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아도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든, 승부처에서만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하든, 상대 범실을 유도해내든, 상대를 압살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요령으로 승리를 따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그 중 하나다. 2025~2026시즌 대한항공의 모습이 딱 그렇다.

대한항공은 1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현대캐피탈과의 홈 경기에서 시종일관 대등한 승부를 펼치면서도 세트 막판 승부처마다 딱 한 끗 앞선 집중력을 앞세워 세트 스코어 3-0(29-27 27-25 25-00) 완승을 거뒀다.

이날 패했다면 독주 체제가 흔들릴 뻔 했던 대한항공은 승점 3을 완전히 챙겨가며 승점 34(12승2패)로 승점 26(8승6패)에 그대로 머문 현대캐피탈과의 승점 차를 8로 벌렸다. 다시금 독주 체제를 완성한 대한항공이다.



1라운드부터 10연승 행진을 달리던 대한항공은 지난 12일 부산 OK저축은행 원정에서 0-3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공격이면 공격, 서브, 블로킹까지 모든 면에서 상대에게 압도당한 완패였다.

이날 경기도 그날의 완패의 여파가 100% 씻겨진 모습은 아니었다. 1세트 중반부터 3~4점을 앞서나갔으나 세트 막판 거센 추격을 허용했고, 22-21에서 상대 원포인트 서버 이시우의 강서브를 정한용이 세터 한선수가 아닌 관중석에 넘겨버리면서 동점을 허용했고, 결국 듀스에 돌입했다.

1세트를 내줄 경우 지난 경기 완패의 그림자가 어른거릴 수 있었지만, 클러치 상황에서의 대처능력은 대한항공이 한 수 위였다. 정한용이 스스로 초래한 듀스를 결자해지했다. 일진일퇴 공방전을 거듭하던 28-27에서 상대 토종 에이스 허수봉을 향해 강서브를 날렸고, 이는 아무도 받을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갔다. 세트를 가져오는 결정적인 서브에이스였다. 현대캐피탈로선 1세트에 공격과 블로킹, 리시브에서 모두 대한항공을 압도했으나 딱 하나, 범실이 옥에 티였다. 1세트 대한항공의 팀 범실이 단 2개였던 반면 현대캐피탈은 무려 9개였다. 이 차이에서 세트를 내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1세트를 대한항공이 가져간 효과는 이날 경기 전체를 결정지었다. 2세트도 서로 물고 물리는 치열한 접전을 펼치며 또 한 번 듀스 승부에 돌입했다. 이번에도 클러치 상황에서 웃은 건 대한항공이었다. 25-25에서 러셀의 강서브를 현대캐피탈 리베로 박경민이 정확하게 받아 황승빈이 레오에게 정확하게 오렸으나 레오의 퀵오픈은 그대로 라인을 벗어났다. 결정적인 범실이었다. 이어 들어간 러셀의 강서브는 현대캐피탈의 리시브를 제대로 흔들었고, 레오의 공격은 대한항공 블로커들에 의해 유효 블로킹이 됐다. 이를 한선수가 놓칠리 없었다. 곧바로 상대의 허를 찔러 김민재의 속공으로 연결했고, 김민재의 속공은 현대캐피탈 수비진이 받을 수 없는 곳에 떨어졌다.

1,2세트를 따낸 대한항공은 3세트 초반 난조도 뒤집었다. 6-10으로 뒤졌지만, 대한항공은 이날 경기를 길게 끌 생각이 없었다. 곧바로 연속 6점을 내며 경기를 뒤집었고, 이후 안정적으로 리드를 지켜갔다. 23-21에서 정지석의 퀵오픈으로 매치포인트에 도달한 대한항공은 허수봉의 퀵오픈 성공과 정한용의 퀵오픈 범실이 연달아 나오며 24-23으로 추격을 당했지만, 정한용이 이전의 범실을 만회하는 퀵오픈 득점으로 승부를 끝냈다.




한선수의 물오른 경기 운영 아래 러셀(18점)과 정지석(14점)의 ‘원투펀치’가 불을 뿜었고, 정한용(10점), 김규민(7점), 김민재(7점) 등 주전들이 고르게 활약했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허수봉(21점)-레오(18점)가 원투펀치의 화력 싸움에선 이겼지만, 승부처마다 집중력이 발목을 잡으며 연승행진이 ‘3’에서 끊겼다.

인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현장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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