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대표(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선정된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은 30년간 KT에 몸담았던 '정통 KT맨'으로 꼽힌다.
KT 이사회는 박 전 사장에 대해 "KT 사업 경험과 기술 기반의 경영 역량을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DX)·기업 간 거래(B2B) 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대내외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고 변화와 혁신을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이날 진행된 심층 면접에서는 대내외 신뢰 확보 방안, 경영 비전 제시 등과 관련된 질문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외부 후보자가 아닌 박 전 사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한 데에는 그만큼 KT의 상황이 녹록지 않고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해킹 사태 수습과 조직 정비, 인공지능(AI) 사업 성과 창출 등이 대표적이다. 박 전 사장은 후보자 중 가장 긴 시간 KT에서 근무해 내부 이해도가 높은 데다 이전에 진행된 CEO 공모에서도 여러 차례 최종 후보까지 오르며 역량을 입증해 온 인물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KT 해킹 사고 수습이다. KT는 올해 불법 소형 기지국(펨토셀)을 통한 무단 소액결제 및 침해 사고를 겪으며 고객 2만2227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도 서버 악성코드 침해를 당했으면서 이를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자체 처리한 사실이 민관합동조사단 조사 중 발견된 상황이다. 민관합동조사단은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종 결과는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 신임 CEO로서는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될 현안으로 꼽힌다.
이어 KT는 해킹 사고 이후 향후 5년간 1조원 이상의 정보보안 투자를 약속한 만큼 내부 보안 체계와 재발 방지 프로세스를 다시 갖추고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보안 리스크를 어떻게 수습하느냐는 KT의 중장기 성장 전략과도 직결된다. KT는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2029년까지 누적 AI 매출 4조6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AI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해킹 사고와 내부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AI 전략의 실행 속도와 시장 신뢰도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지점에서도 박 전 사장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박 전 사장은 KT에 몸담는 동안 미래사업개발그룹장, 기업사업컨설팅본부장, 기업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하며 신사업 발굴에서 경험을 쌓아 온 인물이다. AI에서도 박 전 사장이 B2B 영역의 전문성을 발휘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KT 신사업의 방향성이 재편될지도 변수다. KT는 김영섭 현 대표 체제에서 MS 등 해외 빅테크와 적극 협력하는 방식으로 AI 사업을 추진해왔다. 다만 김 대표의 경우 전임 대표 체제에서 내걸었던 '디지코'(디지털+텔레콤) 대신 'AICT'(AI+정보통신기술)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제시한 바 있는 만큼 박 전 사장 체제에서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윤영 KT CEO 후보
△1962년 출생 △서울대 토목공학 학사·서울대 토목공학 석박사 △KT 미래사업개발그룹장 △KT 기업사업컨설팅본부장 △KT 기업사업부문장
[정호준 기자 /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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