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국 한국은행 전경. 연합뉴스 |
시중에 풀린 과도한 유동성이 집값과 환율 불안의 근본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시중 유동성을 보여주는 통화량이 석달 연속 8%대 큰 폭 증가세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은 최근 통화량 증가세는 금리 인하기 평균 수준이며, 수익증권을 포함한 통화 지표가 과대 해석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은이 16일 발표한 10월 광의통화(M2) 평균 잔액은 전년 동월 대비 8.7% 늘어난 447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M2 증가율은 지난 8월 이후 석달 연속 8%(8.1%→8.5%→8.7%)를 웃돌고 있다. 8%대 증가율은 2022년 7월(8.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M2는 시중 유동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로, 현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 예금 등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의미한다.
한은은 최근의 M2 증가는 증시 활황으로 주식 매각 대금 등이 수익증권으로 이동한 게 주된 이유로 보고 있다. 새롭게 공급된 유동성이 아니라 자산 구성 변화로 수익증권이 포함된 M2가 크게 늘었다는 얘기다. 한은 집계를 보면, 10월 M2 증가량(41조1000억원·전월 대비)의 대부분은 수익증권(31조5000억원)이다. 수익증권은 자산운용사의 상장지수펀드(ETF)와 채권형 펀드 등을 포함한다. 가격 변동성이 크고 환금성이 낮기 때문으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은 M2에 포함하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수익증권을 M2에서 제외할 것을 권고한다. 수익증권을 제외한 10월 M2 증가율은 5%대 중반으로 한은은 추정했다.
한은은 유동성이 많이 풀려 자산 가격 상승 및 원화 약세를 유발한다는 진단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평가했다. 8%대 통화량 증가 폭은 장기평균(7.4%)에 견줘 보면 크게 높은 수준은 아니며, 과거 금리 인하기인 2014년(10.5%), 2019년(10.8%)에 견줘도 낮은 수준이라는 게 한은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통화량 증가 폭은 주요국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이다. 9월 말 기준 미국의 M2 증가율은 4.5%로 한국(8.5%)의 절반 수준이며, 유럽(2.5%)과 일본(1.6%)은 현저히 낮다. 한은은 시계를 넓혀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은 집계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5년 간 한국의 누적 M2 증가율은 49.8%로 미국(43.7%)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미국은 수익증권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한은 설명이다.
한은은 과도한 시중 유동성이 환율과 부동산 가격을 끌어 올린다는 우려에 대해 “유동성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성진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장은 “주택가격 상승이 통화량 증가와 함께 이뤄지는 측면이 있지만 뚜렷한 선후 관계는 불분명하다”며 “금리 인하기에 늘어난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돼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주택가격 상승으로 대출이 늘면서 유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 압력은 유동성 요인보다는 해외 증권투자 확대와 수출기업의 외화보유 선호 등 외환시장의 수급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게 한은의 평가다. 박 팀장은 “유동성 증가가 환율에 영향을 미치려면 이론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미국보다 높아 환율이 상승하는 경로를 거쳐야 하는데, 현재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2%대 중반으로 3%를 넘는 미국보다 낮다”고 했다.
한은은 내년 1월부터 통화지표를 재편해 M2 구성 항목에서 수익증권을 제외하기로 했다. 한은은 “국제통화기금 권고에 따라 2019년부터 진행된 작업”이라며 “최근 논란 때문에 갑자기 바꾸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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