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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더 뛴다는 구리값, 또 사상 최고…공급부족에 美사재기까지

이데일리 방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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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더 뛴다는 구리값, 또 사상 최고…공급부족에 美사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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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등 수요 급증…각종 사고로 생산은↓
美, 관세 이슈로 '사재기'…차익거래 수요까지 몰려
내년까지 강세 랠리 전망…"톤당 1.5만달러 갈수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구리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또 경신했다. 공급 부족, 미국의 관세 부과 우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인하에 따른 금속 원자재 수요 증가 등이 맞물리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내년까지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사진=AFP)

(사진=AFP)


15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이날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 가격은 톤당 1만 1816달러로 또 한 번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구리 선물(내년 3월 인도분) 가격도 1만 1515달러로 마감해 최고가를 경신했다.

구리 현물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약 36% 뛰었고 최근 한 달 상승률도 9%에 달한다. 공급 대비 수요가 급증하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전환과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로 전력망 확충, 데이터센터 건설 등이 늘면서 구리 수요도 구조적으로 증가했다. 구리는 전력망 및 데이터센터 배선·송전·냉각 인프라 구축에 필수 소재다.

상대적으로 공급은 차질을 빚고 있다. 칠레 주요 구리 광산들의 올해 생산량이 대규모 정전으로 타격을 입으며 지난 10월 기준 전년 동기대비 7% 감소했다. 칠레 북부엔 세계 최대 규모 구리 광산 중 하나인 콜라우아시가 위치해 있다. 또다른 세계 최대 규모 구리 광산 그라스버그에선 지난 9월 돌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외에도 전 세계 주요 광산들이 다양한 이유로 내년 생산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공급 압박이 커진 가운데 정광(콘센트레이트) 부족과 제련소 증설이 겹치며 제련 단계에서 병목까지 발생했다. 구리를 광산에서 캐내 시장에 내놓는 속도보다 제련해서 전기동으로 만드는 설비가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얘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이 2027년부터 수입산 정련 구리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불거져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미리 물량을 비축해두려는 미국 기업들의 ‘사재기’로 뉴욕상품거래소(NYMEX) 가격이 더 높아지자 전 세계 물량이 미국으로 빨려 들어갔다. 올해 미국으로 유입된 정제 구리 물량은 전년대비 약 65만톤 늘었고, 미국 내 재고도 약 75만톤 증가했다. LME의 구리 재고가 연초 대비 약 40%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차익거래를 노리는 헤지펀드·트레이더까지 몰려 수급은 더 빡빡해지고 있다. LME에서 내년 3월 인도분은 톤당 약 1만 1515달러, 미국 코멕스(COMEX)의 내년 3월물은 톤당 1만 1814달러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이에 구리 가격이 오르면 수입을 줄였던 중국마저 높은 가격에도 매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연준의 금리인하로 금·은·백금 등 원자재 수요가 일제히 증가, 구리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오히려 구리가 다른 금속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랠리를 주도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씨티그룹과 ING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내년에도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씨티는 “미국 밖에서 이미 줄어든 재고까지 미국이 빨아들이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며 구리 가격이 내년 초 톤당 1만 3000달러, 내년 2분기엔 톤당 1만 5000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공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ING도 내년 2분기 톤당 1만 2000달러를 예상했다.

구리 가격은 산업 경기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만큼, 가격 급등이 실물경제 전반에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 목소리도 나온다. 도이체방크는 “시장 전반이 뚜렷한 공급 부족 상태다. 공급은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가장 취약하고 가격은 내년 상반기중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