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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 한국의 우주개발, 도전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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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 한국의 우주개발, 도전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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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섭 한국원자력학회 사무총장/과학칼럼니스트
누리호 4차 발사 광경은 감격스러웠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분리되어 바로 응답했고, 차례로 사출된 12개 큐브위성도 며칠 후에 교신했다. 나로호에 비하면 엄청난 진보다. 나로호 1차 발사는 페어링 분리에 실패했고 2차 발사는 공중에서 폭발했다.

누리호 성공을 발판 삼아 이제 재사용 발사체 개발로 넘어간다. 사업이 바뀌는 김에 사업방식도 바꾸어 보자. 어깨 너머로 기술을 배웠다는 진부한 공식을 버리자. 동맹국도 우주기술을 주지 않아 러시아까지 달려가 기술을 동냥했다고 자랑하지 말자. 추격 대신 선도하자고 주장하지만 한국 과학기술은 기술이전의 달콤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항공분야뿐만 아니다. 화학계에도 그런 현상을 목격했다. 해외 사례가 없으면 신규 과제는 선정되기 어려웠다.

우주항공청 임무본부장을 지낸 존리 박사도 사임하면서 비슷하게 언급했다. ‘한국은 목표를 정하고 우리 역량을 모아야지 나의 역량에 맞는 목표를 세우지 말라.’ 목표지향적 문화에서는 상상력이 발휘되고 우수 전문가가 모여든다. 주 52시간 연구도 즐겁고 실패에 대한 관용도 생긴다.

발사체처럼 불꽃을 내며 올라가지 않지만, 별처럼 앞길을 인도하는 한국형 위성항법체계(KPS)가 개발되고 있다. KPS는 생소하겠지만 미국의 GPS에 대응하는 체계이다. 우리나라는 KPS 위성 1호기에 들어갈 항법탑재체 개발을 외국기업에 맡겼다가 업체가 가격을 올리니 계약 상대를 변경했다. 해외 기술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 항법탑재체를 살펴보았다. KPS는 8개 위성을 쏜다. 3개는 한반도와 동일 경도의 적도 상공에 놓인 정지위성이고 5개는 한반도와 호주 상공을 지나는 경사위성이다. 번쩍임과 천둥소리의 시간차로 번개 거리를 알듯이, 나의 위치는 임의의 3개 위성에서 오는 신호 차이로 계산할 수 있다. 위성의 위치 오차와 시각 오차까지 감안하며 최소한 4개 위성은 필요하다. 위성수가 많으면 내 위치는 더 정확해진다.

자체 기술개발이 어려운 이유가 8자 궤도를 그리는 경사위성 때문인가? 이틀 동안 위성도 태풍처럼 코리올리 힘을 받는지 검토했지만 수용하기 어려웠다. 그제야 문서를 꼼꼼히 살펴보니, 경사위성은 적도와 약 42도 경사를 이뤄 지구 궤도를 돌지만 겉보기 궤적이 8자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탐색구조라는 요건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GPS는 시각과 위치정보만 방송하면 되는데 무슨 탐색이 필요한가? 하루 만에 감이 왔다. 탐색구조는 건축물이 아니라 조난활동을 의미했다. KPS 위성은 국제적으로 약속된 조난 신호를 포착하는 기능이 있다.

몇 개 기능 이해로 KPS 전부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고 개발 요건 문서는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기능 이해와 제작은 다를 수도 있다. 맞는 말이지만 누리호가 성공했으니 조금 도전성을 높일 필요는 있다. 도전성이 높아야 창조와 혁신이 나온다. 120년 전 아인슈타인은 유럽 철도의 시간동기화를 연구했다. 동기화 측면에서 KPS와 비슷한 연구이다. 그는 이 연구에서 시간의 빠르기는 시계의 물리적 속도에 좌우된다는 상대성 이론을 발견했다, 전통적 시공간 개념을 고수했다면 상대성이론은 탄생될 수 없었다. KPS도 위성의 운동 탓에 상대성 이론을 반영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한국과학도 아인슈타인의 도전하는 태도까지 배워보자.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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