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씨가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웹툰(온라인 만화)을 연재하고 있다. 이 웹툰은 가정 불화와 학교 폭력, 집단 따돌림을 당한 전씨 자신의 삶을 그리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DB |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씨가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웹툰(온라인 만화)을 연재하고 있다. 이 웹툰은 가정 불화와 학교 폭력, 집단 따돌림을 당한 전씨 자신의 삶을 다루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전씨는 지난 4일 자신의 SNS 인스타그램에 "정신을 놓은 것 같다"며 첫 웹툰을 올렸다. 전씨는 '직접 (웹툰을) 그렸냐'는 댓글에 AI(인공지능)을 활용했다고 남겼다. 웹툰은 하루에 하나 꼴로 올라와 15일까지 모두 12편이 게재됐다. 현재 전씨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4만1000명 정도다.
웹툰의 내용은 전씨의 성장 과정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웹툰 속 주인공은 전씨 자신을 투영한 것으로 보이는 어린 양 캐릭터 '몽글이'다. 귀여운 그림체와 달리 가족 내 폭력과 방임, 유학 시절의 고립, 학교 폭력 등 무거운 서사를 담고 있다. 몽글이와 전씨의 생년월일이 같다.
웹툰에선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순자 여사, 부친 전재용씨, 새어머니 박상아씨를 상징하는 인물들이 뿔 달린 '검은 양'으로 등장한다. 특히 친할아버지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캐릭터는 붉은 눈과 폭력적인 모습으로 묘사됐다. 반면 친어머니 최정애씨로 추정되는 캐릭터는 '흰 양'으로 표현됐다.
전씨는 작품을 통해 어린 시절 조부의 집에서 겪었다는 폭력과 감금, 부친의 중혼 등 가정사, 유학 과정에서의 고립과 학교 폭력,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상징적으로 풀어냈다.
전우원씨가 올린 웹툰 화면캡처. 주인공 몽글이가 친할아버지에게 투정을 부린다는 이유로 화장실에 감금된 에피소드./사진=전우원 SNS |
웹툰에 따르면 몽글이는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아버지의 다툼을 보고 자랐다.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는 날이 거의 없었고, 어머니가 울고 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고 한다. 특히 몽글이의 아버지는 자녀와 TV를 보면서도 "저 여자 너무 예쁘지 않냐?"고 말했다. 이후 아버지의 외도를 암시하는 장면과 함께, 상대 여성이 어머니에게 "네 남편 좀 귀찮게 하지 말고 떨어져"라고 말하는 모습도 있다.
몽글이의 외할아버지의 사망 이후 어머니는 유방암과 갑상선암,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병원 생활을 이어간다. 몽글이는 도우미에게 맡겨졌다. 이마저도 1년에 한 번씩 도우미가 바뀌고, 운전기사에게 학대를 당하는 장면도 있다.
몽글이 친할아버지의 자택인 '거대한 성'에 대한 장면도 다뤄졌다. 몽글이는 일요일마다 이 곳에서 '심판'을 받았다고 한다. 입이 짧아 음식을 먹지 못했다는 이유로 화장실에 감금됐다. 장거리 이동 중 멀미로 "휴게소에서 쉬고 싶다"고 말했다가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전우원씨가 올린 웹툰 화면캡처. 주인공 몽글이가 아버지와 상간녀의 샤워 장면을 목격하는 에피소드./사진=전우원 SNS |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몽글이는 아버지의 외도 상대와 함께 지냈다. 특히 아버지와 상간녀의 샤워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아버지의 재혼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나의 세상은 그렇게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고 토로한다. 미국 유학에 나섰지만 언어와 문화 차이로 집단 따돌림,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웹툰에서 몽글이의 유학 과정에서 아버지가 유학원을 매수해 입시 비리로 입학시켰다는 의혹도 다뤄진다. 유학 시절 담배를 피우면서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었고 "왕따를 당했던 걸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 연기 속에 있으면 내 찌질한 과거가 가려지는 것 같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몽글이는 가족 관련 뉴스를 검색하다 친할아버지가 저지른 과거사를 접했다며 "사람들이 날 괴롭히는 이유가 할아버지 때문이기로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몽글이가 새어머니에게 쫓겨났다는 주장도 웹툰에 담겼다.
누리꾼들은 이 웹툰을 두고 "가해자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비난받기보다 과오를 직시하고 고백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 힘들고 의지할때도 없을텐데 잘 버티고 잘 견디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남겼다.
전우원씨가 올린 웹툰 화면캡처. 주인공 몽글이가 미국 유학 중 담배를 접하는 장면./사진=전우원 SNS |
전씨는 2023년 SNS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전두환 일가의 비리 의혹과 가족사를 폭로해 주목을 받았다. 같은 해 3월에는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고개를 숙이며 광주 시민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전 씨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마약 치유 활동에 참여하며 사회 복귀를 시도해 왔으며, 이번 웹툰 연재를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과거와 전두환 일가를 둘러싼 문제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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