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자사주 2.4% 기반 ADR 검토 소식
"미국에서 자금 유입되면 주가 오를 것" 주장에
상법 개정 전 자사주 지킬 우회로 만든다는 지적
SK하이닉스가 자사주를 활용해 미국 증시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재계와 정치권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해외 자금을 유치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사측의 설명과 달리, 일부에선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회피하려는 꼼수라고 본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자사주 약 2.4%에 해당하는 1,740만7,800주를 활용해 ADR 형식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놓고 해외 투자은행(IB)들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DR이란 미국 투자자가 외국 기업의 주식을 자국 시장에서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대체 증서다. 외국 기업이 자신의 주식(원주)을 본국의 수탁은행에 보관하면, 미국의 예탁은행이 이를 담보로 달러 표시의 증서를 발행해 미국 주식처럼 거래될 수 있도록 상장한다.
SK하이닉스가 ADR을 발행하면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포함될 수 있고, 패시브(지수 추종) 자금 유입이 가능해진다. 나스닥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추종 펀드들에 편입되면서 수급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기대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를 통해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과의 밸류에이션 차이를 단숨에 좁힐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SK하이닉스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1배로, 마이크론(34배)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인공지능(AI) 열풍의 최대 수혜주이지만 '변방'인 한국에만 상장되어 있다 보니 그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그 효과가 미미하고 오히려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서 빠져나갈 길만 열릴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남우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먼저 ADR을 발행한 대만 TSMC의 경우 미국에 상장된 물량만 400조 원이 넘을 정도"라며 "자사주 2.4%(약 10조 원)에 대해 ADR을 발행해 기업가치를 올리겠다는 건 자사주 소각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규모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긴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미국에서 자금 유입되면 주가 오를 것" 주장에
상법 개정 전 자사주 지킬 우회로 만든다는 지적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
SK하이닉스가 자사주를 활용해 미국 증시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재계와 정치권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해외 자금을 유치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사측의 설명과 달리, 일부에선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회피하려는 꼼수라고 본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자사주 약 2.4%에 해당하는 1,740만7,800주를 활용해 ADR 형식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놓고 해외 투자은행(IB)들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DR이란 미국 투자자가 외국 기업의 주식을 자국 시장에서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대체 증서다. 외국 기업이 자신의 주식(원주)을 본국의 수탁은행에 보관하면, 미국의 예탁은행이 이를 담보로 달러 표시의 증서를 발행해 미국 주식처럼 거래될 수 있도록 상장한다.
SK하이닉스가 ADR을 발행하면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포함될 수 있고, 패시브(지수 추종) 자금 유입이 가능해진다. 나스닥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추종 펀드들에 편입되면서 수급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기대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를 통해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과의 밸류에이션 차이를 단숨에 좁힐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SK하이닉스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1배로, 마이크론(34배)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인공지능(AI) 열풍의 최대 수혜주이지만 '변방'인 한국에만 상장되어 있다 보니 그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10조 규모 자사주 ADR로 큰 자금 유입 어렵…주주환원 효과만 떨어져
하지만 그 효과가 미미하고 오히려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서 빠져나갈 길만 열릴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남우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먼저 ADR을 발행한 대만 TSMC의 경우 미국에 상장된 물량만 400조 원이 넘을 정도"라며 "자사주 2.4%(약 10조 원)에 대해 ADR을 발행해 기업가치를 올리겠다는 건 자사주 소각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규모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긴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렇다 보니 꼼수 의혹에 힘이 실린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는 신규 취득한 자사주를 1년 이내에 소각하고 기존 보유 주식도 일정 기간 내 처분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ADR 발행에 대해서는 별도 내용이 없다. 주주 입장에서는 발행주식 수를 줄이는 자사주 소각이 보다 직접적으로 지분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ADR이 유통되면 소각 대비 주주환원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돼서 공포되기 전까진 기업들의 행태에 대해 공개적으로 왈가왈부할 순 없지만, ADR 발행이 시장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검토 단계부터 논란이 일자 SK하이닉스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나 시행 시기, 대상 등 정해진 바가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