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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서 없는 특검 수사, 봐주려 작정한 은폐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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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서 없는 특검 수사, 봐주려 작정한 은폐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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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사건을 맡은 민중기 특별검사가 2025년 7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 제막식을 가졌다. /김지호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사건을 맡은 민중기 특별검사가 2025년 7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 제막식을 가졌다. /김지호 기자


민중기 특검이 지난 8월 통일교 간부로부터 문재인 정부 때 민주당 의원들에게 수천만 원대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받고도 정식 조서(調書)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사에 착수하면 조서를 받는 것이 기본 중 기본이다. 그런데 조서 대신 수사 보고서만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고 넉 달을 뭉개다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오자 뒤늦게 사건을 경찰로 넘겼다. 애초부터 수사할 생각이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특검 측은 “특검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김 여사와 무관한 데도 통일교에서 돈 받은 혐의로 기소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만약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특검이 수사 보고서에 그 이유를 남기고 정식으로 지휘를 했어야 한다. 하지만 수사팀이 수사 필요성을 보고했는데도 민 특검은 별다른 판단과 지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수사팀 검사들이 지난달 복귀를 앞두고 뒤늦게 사건 번호만 부여했고, 관련 보도가 나오자 사건을 부랴부랴 경찰로 넘긴 것이다. 여당 인사들을 봐주려고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

이뿐 아니다. 특검은 3년 전 통일교 자금이 국민의힘 지역 당협 20곳에 후원금으로 뿌려진 것을 확인해 한학자 총재 등을 기소했다. 하지만 통일교가 민주당 인사들에게도 후원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민주당 부분은 수사에서 뺐다. 통일교 교인의 집단 당원 가입 의혹에서도 “여야 모두 당원 가입을 진행했다”는 통일교 측 진술이 나왔지만 공소장엔 국힘만 언급했다. 노골적인 편파 수사다.

수사권을 악용한 민 특검의 정략적 행태는 그 자체로 범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힘은 민 특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민 특검이 이첩한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전담수사팀에서 민 특검의 직무유기 사건도 함께 수사한다고 한다. 하지만 현 정권 들어 대놓고 정치 중립을 위배하고 있는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겠냐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이 민 특검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뭉개면 그 또한 범죄가 될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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