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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 ‘경제의 관문’… “네이버·두나무 결합, AI 3대 강국 시험대”[only이데일리]

이데일리 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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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 ‘경제의 관문’… “네이버·두나무 결합, AI 3대 강국 시험대”[only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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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규제 흔드는 AI·블록체인 결합]④
임용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AI 3강 도약 관건은 자본, 현 금융구조로는 힘들어"
“심사 핵심은 조건 설계… 실패해도 생태계엔 자산”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AI·가상자산·커머스의 결합은 기존 금산분리 프레임으로는 해석이 불가능합니다. 단순한 기업 결합이 아니라, 미래 경제 구조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임용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서울대 AI정책이니셔티브 디렉터)는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 논의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검색이나 플랫폼이 아니라, 누가 ‘경제의 관문’을 쥐느냐가 핵심 경쟁이 된다”며 “AI·금융·커머스가 결합된 구조를 기존 규제 틀로만 재단하면 산업적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AI 3대 강국이 어려운 이유는 결국 자본”이라며 “AI는 기술 산업이기 이전에 자본 산업인데, 한국은 이를 뒷받침할 금융 구조가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임용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서울대 AI정책이니셔티브 디렉터).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임용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서울대 AI정책이니셔티브 디렉터).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AI 강국의 관건은 자본… 금산분리도 재해석 필요”

우선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본 공급 구조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AI 반도체가 중요한 이유는 기술력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산업이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SK하이닉스 자회사와 금융 기능을 연결하자는 논의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차세대 AI 쇼핑·금융 에이전트가 나오려면 기술과 자본, 결제 구조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며 “금산분리는 시스템 리스크를 막기 위한 장치이지, 산업 발전을 원천 봉쇄하라는 규범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핵심은 불허가 아니라 얼마나 정교하게 조건을 설계하느냐”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조건부 승인, 실패해도 생태계엔 자산 남는다”

임 교수는 기업결합 심사에서 ‘조건부 승인’이 갖는 전략적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글로벌 사례로 ASML과 사이머(Cymer)의 인수를 들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ASML은 세계 최대 반도체 노광 장비 제조업체이고, 사이머는 노광 공정에 사용되는 레이저 광원 기술을 전문으로 개발·제조하는 기업이다. 당시 이 인수는 ASML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이자, 최첨단 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적 결정이었다.


그는 “ASML과 사이머의 결합은 기술적·경쟁적 측면에서 모두 위험한 시도였다”며 “그럼에도 경쟁당국은 매우 정교한 조건을 붙여 인수를 승인했다. 결과적으로 기술적으로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 도전 과정 자체가 반도체 생태계에는 중요한 자산으로 남았다”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네이버-두나무 결합 역시 성공이 보장된 거래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AI 3강을 목표로 전략적 ‘베팅’을 할 것인지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아무 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리스크”라며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기술과 인력, 경험은 다음 기회의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혼합결합의 본질은 미래 시장… 공정위 역량 시험대”

아울러 네이버-두나무 결합을 전형적인 ‘혼합결합’으로 규정했다. 수평·수직 결합이 아닌 만큼, 현재 점유율 중심의 경쟁 분석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문제는 지금 시장이 아니라 미래 시장”이라며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검색, 금융, 커머스가 분리된 시장이 아니라 ‘행위 기반 시장’이 형성된다. 공정위의 핵심 역량은 이 미래 시장을 어떻게 획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플랫폼 규제는 웹2.0 시대의 산물”이라며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결제·송금·구매를 대리하는 존재로, 경쟁의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AI 에이전트는 비서 아닌 문고리… 규제의 시선도 바뀌어야”

임 교수는 AI 에이전트를 ‘문고리’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경제 권력은 어디에 들어갈지를 결정하는 문고리를 쥐는 데서 나온다”며 “AI 에이전트는 개인의 경제 활동 입구를 장악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하나의 문고리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구조는 오히려 비현실적”이라며 “여러 에이전트가 경쟁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규제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결합 자체를 막기보다는, 경쟁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용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서울대 AI정책이니셔티브 디렉터).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임용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서울대 AI정책이니셔티브 디렉터).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허용 여부보다 중요한 건 조건… 공정위에 상상력 필요”


임용 교수는 네이버-두나무 결합 논의의 초점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서 ‘어떤 조건으로 허용하느냐’로 옮겨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방 의무, 기술 라이선스, 가격·접근성 조건 등은 모두 설계 가능한 수단”이라며 “ASML 사례에서도 이미 검증된 방식”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AI 시대의 규제는 뒤따라가는 규제인 만큼 더 많은 상상력과 산업 이해가 필요하다”며 “공정위 역시 산업 전문가 확보와 역량 강화에 투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이 논의는 특정 기업을 살리자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AI 경쟁에서 설 자리를 만들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