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물자원순환연구단, 수소·연료전지연구단 연구팀
연구 결과가 실린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스' 논문 표지 /사진=KIST |
'팔라듐(pd)'은 반도체, 스마트폰, 연료전지 등에 쓰이는 핵심 금속 물질이지만, 생산지가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어 수급이 어려웠다. 국내 연구팀이 팔라듐을 30분 만에 99.9%의 고순도로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는 최재우 물자원순환연구단 박사, 김진영 수소·연료전지연구단 박사 연구팀이 친환경 팔라듐 회수 기술을 개발해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스'에 발표했다고 14일 밝혔다.
회수가 어려운 약산성 환경에서도 30분 만에 순도 99.9%인 팔라듐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게 이번 기술의 특징이다. 독성 화학약품이나 전력 공급이 필요 없다. 회수된 팔라듐은 자연적으로 금속 상태로 환원돼 간단한 여과만으로 분리할 수 있다.
연구팀은 맥신(MXene) 소재를 기반으로 'TiOx(산화티타늄) 나노클러스터'를 만들었다. 맥신은 '꿈의 물질'로 불리는 2차원 평면구조 물질이다. 전기전도성이 높고 여러 금속화합물과 조합도 가능하다. 물 분자를 좋아하는 친수성이어서 다양한 용액과도 잘 섞이는 만능 물질이다.
연구팀은 이 TiOx 나노클러스터를 얇은 나노 표면에 고밀도로 부착해 '나노시트'를 만들었다. 이어 나노시트에 팔라듐을 흡착시켜 여과·분리했다. 그 결과 나노시트 1g(그램)당 팔라듐 1983mg(밀리그램)이 흡착됐다. 연구팀은 "세계 최고 수준의 흡착 용량"이라고 설명했다. 10회 이상 반복적으로 회수 과정을 거쳐도 90% 수준의 성능을 유지해 안정성을 입증했다. 회수한 팔라듐-나노시트 복합체는 전기화학적 특성이 높아 다시 수소 발생 촉매로도 재활용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상온에서 작동하며 고온 처리나 강산성 약품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공정 대비 탄소 배출을 최대 8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유·석유화학·자동차·수소연료전지 등 다양한 산업뿐만 아니라 스마트폰·회로기판 등 전자폐기물에 포함된 팔라듐을 회수할 때도 적합하다"고 했다.
연구팀은 향후 기술 고도화를 통해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팔라듐 포함 폐수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회수한 팔라듐을 다시 소재로 공급하는 순환형 자원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김진영 박사는 "회수 팔라듐이 '버려지는 금속'이 아니라 청정에너지 생산을 뒷받침하는 순환형 자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지원을 받았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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