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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보’가 몰고 온 ‘가부키 붐’ [JAPAN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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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보’가 몰고 온 ‘가부키 붐’ [JAPAN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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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만에 日 영화 흥행 1위 경신


가부키 공연 ‘고히이키칸진쵸(御摂勧進帳)’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면 ‘고구마 씻기’. (쇼치쿠 제공)

가부키 공연 ‘고히이키칸진쵸(御摂勧進帳)’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면 ‘고구마 씻기’. (쇼치쿠 제공)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이 연출한 영화 ‘국보’ 인기가 일본 내에서 뜨겁다. 최근에는 22년 만에 일본 실사 영화 중 역대 흥행 수입 1위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국보는 지난 11월 24일 기준으로 관객 1321만명이 영화를 감상해 173억7000만엔(약 1633억원)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이는 기존 일본 실사 영화 중 ‘춤추는 대수사선 더 무비2’가 2002년 세운 173억엔 기록을 넘어서며 일본 내 역대 흥행 수입 1위 실사 영화가 됐다. 애니메이션과 외화까지 포함한 전체 영화 흥행 수입 순위에서는 11위다.

이상일 감독조차 “이렇게 뜨거운 반응일 줄 몰랐다”고 할 정도로 일본에서는 영화 국보를 계기로 가부키 붐이 다시 부는 분위기다. 가부키는 평균 상연 시간이 4~6시간에 달할 정도로 길고, 대사도 어려운 경우가 많아 그동안 젊은 층 사이에서는 관람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말을 맞아 데이트 코스로 도쿄 긴자의 가부키 전문 공연장인 가부키좌를 찾아 공연을 즐기는 젊은 연인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여기에 영화 국보의 원작인 소설 국보 또한 1권과 2권 모두 베스트셀러 톱10에 드는 등 인기가 확산 중이다.

최근에는 외국인의 가부키 관람도 늘고 있다. 관광객 참여를 이끌기 위해 가부키좌를 운영하는 일본 3대 영화사 중 한 곳인 쇼치쿠는 긴 시간의 공연을 5~6개로 나눈 뒤, 이 가운데 1~2개만 볼 수 있도록 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공연부터 원작 소설까지 유행 확산

최근 쇼치쿠의 안내로 1773년에 초연된 ‘고히이키칸진쵸(御摂勧進帳)’와 ‘미치유키유키노후루사토(道行雪故郷)’의 두 공연을 봤다. 첫 번째는 1시간, 두 번째는 25분짜리로 진행돼 상대적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공연을 즐기는 것이 가능했다. 옆자리에는 유럽에서 온 외국인 단체관광객 15여명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공연을 지켜보기도 했다.


노래와 춤, 연기가 어우러진 공연인 만큼 섬세한 장면도, 박진감 넘치는 장면도 실감 나게 다가왔다. 특히 ‘고히이키칸진쵸’의 경우 주인공 장군이 적군 병사의 목을 벤 뒤 거대한 통에 던져 넣고 고구마를 씻듯 금강봉으로 휘젓는 ‘고구마 씻기’ 장면이 유명하다. 이 장면에서는 가부키 팬뿐 아니라 가부키를 잘 모르거나 처음 보는 관람객도 큰 웃음과 환호, 박수를 보내며 함께 즐겼다.

‘미치유키유키노후루사토’에는 영화 국보의 주인공이 연기를 했던 ‘온나가타(여성 역할을 연기하는 남자 배우)’가 등장한다. 가부키는 전통적으로 모든 등장인물이 남자이고 여자 역할을 하는 남성이 별도로 있다. 온나가타가 가녀린 목소리로 신세 한탄을 노래할 때는 남성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섬세한 손짓과 몸짓이 돋보였다.

도쿄 내 최대 가부키 극장인 가부키좌를 운영하는 쇼치쿠는 젊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긴 시간 공연인 만큼 극장 내부에는 도시락을 포함한 여러 음식을 판매하는데 젊은 층 취향에 맞춘 메뉴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외국인 유치 또한 쇼치쿠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일본을 찾는 관광객 대부분이 쇼핑과 음식 등에 끌리고 문화 부문 역시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는 정도에 그친다. 이를 넘어 외국인 관광객이 쉽게 가부키를 경험하도록 특정 공연만 관람할 수 있는 관람권을 판매하고, 영어·중국어 자막 제공 장치와 해외 결제가 가능한 예매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도쿄 = 이승훈 특파원 lee.seungh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8호 (2025.12.10~12.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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