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불필요한 신체 접촉 논란에 휩싸였던 김완기 삼척시청 육상팀 감독이 직권남용과 근무태만 혐의로 자격정지 1년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그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재심을 청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삼척시체육회는 지난 10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김완기 감독에게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의결했다. 공식적인 징계 사유는 직권남용과 직무태만, 인권침해, 괴롭힘이었다. 김완기 감독과 삼척시청 육상팀 선수들은 해당 내용이 담긴 징계 결정서를 전달받았다.
이제 김완기 감독은 징계를 수용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징계 효력은 징계 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발생하며, 전달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
'뉴시스'에 따르면 김완기 감독은 재심 청구 의사를 밝혔다. 그는 뉴시스를 통해 "재심을 청구하겠다. 너무 억울하다. 화가 나는 부분은 이번 사태가 불거지면서 팀과 시에 피해를 주는 것 같아 조용히 떠나겠다고 말했는데 지금 보니 내가 너무 일방적으로 당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완기 감독은 "너무 억울하다. 내 입장에선 조용히 떠날 수가 없다. 재심을 청구하고, 변호사도 선임할 예정"이라며 더 나아가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완기 감독은 지난달 23일 2025 인천국제마라톤 대회 도중 국내 여자부 우승을 차지한 이수민(삼척시청)에게 과도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이수민이 2시간 35분 41초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우승했다.
그러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김완기 감독이 손을 뻗어 온 힘을 쏟은 이수민을 잡았다. 그는 수건을 둘러주면서 이수민의 팔과 몸통을 감싸안으려 했다. 이수민은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찌푸리며 거듭 손길을 뿌리치려 했으나 김완기 감독은 좀처럼 손을 떼지 않았다. 결국 이수민이 손으로 강하게 밀어낸 뒤 몸통을 비튼 뒤에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해당 장면은 방송 카메라에 그대로 포착됐고, 온라인에서 주목받았다. 일각에서는 성추행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다만 넘어지는 선수를 막으려던 행동이 조금 지나쳤을 뿐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김완기 감독은 선수를 보호하려는 의도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마라톤 특성상 여자 선수들은 결승선에서 실신하고 쓰러지는 경우가 흔해 안전을 위해 잡아주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잡아주지 않으면 넘어지고 많이 다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또한 김완기 감독은 "시청자들이 볼 때는 잡아주고, 뿌리치고 하니까 그게 '추행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육상 쪽에서는 이런 사례가 다반사"라며 "모든 지도자가 (선수가) 들어오면 다 잡아주고 한다"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이수민이 사과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완기 감독은 "이수민 선수가 '감독님 죄송하다'라고 하더라. 세게 들어오다가 (팔이) 명치 끝이 닿아서 통증이 생긴 것 같다"라며 "'숨을 못 쉴 정도로 너무 아파 자기도 모르게 뿌리쳤는데 중계 화면에 나갔다. 정말 죄송하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고생 많았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수민의 입장은 달랐다. 그는 소셜 미디어에 직접 입장문을 게시해 자신은 '성추행'이라고 주장한 적이 없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문제의 본질은 성적 의도 여부가 아니라, 골인 직후 예상치 못한 강한 신체 접촉으로 인해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수민은 "(김완기 감독의) 구체적인 사과나 인정은 전혀 없었고, 말을 돌리는 식으로 대응하셨다. 그 후로도 개인적·공식적인 어떤 사과나 연락도 전혀 없었다"라고 폭로하며 "사건 전후 과정에서 일부 소통과 지시가 반복적으로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경기력이나 계약과 관련된 압박이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라며 추가 조사를 요청했다.
실제로 이수민을 비롯한 삼척시청 전현직 선수 5명은 스포츠 공정위에 김완기 감독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여기에는 논란을 빚었던 성추행과 부적절한 신체 접촉 등의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이수민이 지적한 김완기 감독의 소통 방식이나 평소 언행, 계약 관련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삼척시체육회는 김완기 감독의 직권남용과 직무태만, 인권침해, 괴롭힘을 인정하고 중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김완기 감독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싸움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오는 18일까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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