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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중앙은행, 유로클리어 상대 소송… "동결자산 우크라 지원은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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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중앙은행, 유로클리어 상대 소송… "동결자산 우크라 지원은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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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자금 동결 무기한 연장' 표결 앞서
"EU 집행위, 자금 무단 사용 시도" 제소


모스크바의 러시아 중앙은행 건물 위로 지난 7월 24일 러시아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모스크바의 러시아 중앙은행 건물 위로 지난 7월 24일 러시아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중앙은행이 최근 유럽연합(EU)이 역내 러시아 동결 자금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두고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중앙예탁기관(CSD) 유로클리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러시아는 자국의 동결 자금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이 사실상 '강도행위'나 다름없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연방중앙은행(러시아은행)은 1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유로클리어의 불법 행동으로 러시아은행이 손해를 봤다"며 모스크바 중재법원에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성명에서 러시아은행은 EU 집행위원회가 자신들의 자산을 무단으로 직·간접적인 방법을 동원해 사용하려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유로클리어는 EU가 동결한 유럽 내 러시아 자산 2,100억 유로(약 364조 원) 가운데 1,850억 유로(약 320조 원)를 유치하고 있다.

이날 성명은 이날 EU 회원국들이 러시아은행 소유의 유럽 내 자산을 '향후 필요한 기간' 무기한 동결하는 방안을 표결에 부치기 직전 발표됐다. EU는 해당 방안을 12일 오후 5시(현지시간, 한국 시간 13일 오전 1시) 가중 다수결(EU 인구 65% 이상인 15개국 이상의 동의) 방식으로 표결할 예정이다.

현재 EU는 6개월마다 만장일치로 자산 동결 연장 여부를 투표에 부쳐왔는데, 그간 친러 성향의 정부가 집권하고 있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가 표결에 반대해 자금 동결이 해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져왔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가중 다수결로 러시아 자산을 무기한 동결하기로 한 조치가 EU에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힌 상태다.

동결된 자금은 오는 18일 예정된 EU 정상회의 의결을 거쳐 대출금 형식으로 우크라이나 재건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뿐 아니라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벨기에 또한 러시아의 보복 가능성을 고려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EU 내에서는 러시아 동결 자금 사용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독일을 중심으로 벨기에가 향후 러시아 측의 상환 요구에 직면하더라도 단독으로 비용을 부담하지 않도록 국가별 보증을 서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