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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4개월 앞 부랴부랴 콘크리트 부었다…광주도서관 붕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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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4개월 앞 부랴부랴 콘크리트 부었다…광주도서관 붕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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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건립공사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매몰자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건립공사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매몰자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대표도서관 건립 공사 중 붕괴사고가 일어난 배경에는 촉박한 일정이 자리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12일 광주광역시 말을 들어보면, 광주광역시 서구 옛 상무소각장 자리에 건립하는 ‘광주대표도서관’은 2016년 환경 문제로 상무소각장을 폐쇄한 뒤 유휴 공간을 시민과 공유하기 위해 516억원을 들여 2018년부터 추진했다. 지하 2층∼지상 2층 연면적 1만1286㎡규모로 자료이용실, 다목적실, 교육실, 체력단련실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다.



공사는 2022년 9월 착공했으며 시공은 영무토건의 자회사 홍진건설과 구일종합건설이 각 51%, 49% 지분으로 맡아 진행했다. 공사 준공은 내년 4월까지였으나 지난 5월 영무토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6월 공사를 일시 중지했다. 당시 공정률은 66%였다.



광주시는 6월5일 ‘영무토건 기업회생절차 신청에 따른 대표도서관 건립사업 원활추진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홍진건설이 시공사에서 자진탈퇴하는 방식으로 구일건설에 남은 공사를 맡겼다. 6월13일 중단됐던 공사는 104일 만인 9월25일 재개했다. 내년 1월까지 골조 공사를 마친 뒤 내부 마감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준공시점은 중단된 기간만큼 늘려 내년 4월로 연기했다. 사고 직전 공정률은 72%로, 공사 재개 뒤 지난 두달간 6%만 올랐다. 구일건설은 임시 지지대(동바리)가 필요 없는 구조용 데크플레이트(기둥 없이 보로 지탱하는 방식) 공법을 활용했다며 붕괴사고를 유발한 콘크리트 타설 때도 임시 지지대를 설치하지 않았다.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 옛 상무소각장 자리에서 진행되던 건물이 무너져 119구조대원들이 매몰 노동자들을 찾고 있다. 광주시 소방안전본부 제공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 옛 상무소각장 자리에서 진행되던 건물이 무너져 119구조대원들이 매몰 노동자들을 찾고 있다. 광주시 소방안전본부 제공


이에 대해 건설 전문가들은 늦춰졌던 기간을 만회하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서둘렀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광주의 한 중견건설업체 대표 ㄱ씨는 “대부분의 공사 현장에서는 동바리를 설치한 뒤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콘크리트가 굳으면 동바리를 철거한다”며 “동바리 없이 공사를 진행했다는 것은 아래층 공간을 확보해 다른 공사를 동시에 진행하려고 했던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ㄱ씨는 기둥과 보의 접합 불량도 사고 원인으로 꼽았다.



앞서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도 “내년 4월이 준공 시점인데 지금 콘크리트를 타설했다는 것은 겨울철 콘크리트 양생(굳음)이 원활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공사 일정에 쫓겼을 수 있다”며 “철제 지지대 접합부위가 깔끔하게 끊어졌다는 것은 접합 부위가 취약했다는 방증”이라고 내다봤다.



매몰자 가족들은 콘크리트 타설 공간 아래층에 피해자들이 있었던 점을 들어 시간에 쫓겨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어기지 않았냐는 지적을 내놨다.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건설사업단 관계자는 “콘크리트 타설 아랫부분에는 작업자들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가족들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건설업체에서 일한다는 매몰자 고아무개(68)씨의 동생은 “콘크리트 타설을 할 땐 붕괴 가능성을 염려해 상하 작업을 하지 않는 게 안전 수칙이다. 이게 지켜졌다면 형님이 사고를 당했겠느냐”며 “한국 건축물은 내진 설계가 필수라서 붕괴를 해도 일부분만 무너져야 하는데 동시에 무너졌다는 것은 애초 설계가 잘못됐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광주광역시 종합건설본부 관계자는 “현재 매몰된 노동자들은 콘크리트 타설이 완료된 구간에서 작업하고 있었다. 수직방향으로는 동시 작업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전날 오후 1시58분께 광주광역시 서구 옛 상무소각장 자리에 짓고 있던 광주대표도서관 공사현장에서 옥상 콘크리트 타설 중 붕괴사고가 일어나 2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 상태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천경석 기자 1000pr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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