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비 대출 협의 중에 규제지역 날벼락
정비사업 차질…주택공급 억제 우려
정비사업 차질…주택공급 억제 우려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도심의 빌라들의 모습.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박해묵 기자 |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정부가 6·27,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대출 조건을 대폭 강화한 가운데 충분한 이주비를 대출받지 못해 곤란에 빠진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최대 6억원’ 제한에 이어 규제지역 선정으로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진 조합원들은 정비사업 진전이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선 궁극적으로 주택 공급이 억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에서 공공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수진1구역 주민대표회의는 최근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시공사, 그리고 금융사를 대상으로 이주비 대출을 확보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이 조합은 본래 조합원들이 최대한 저리에 ‘주택담보비율(LTV) 70%’까지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논의 중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성남시가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선정되면서, 해당 계획이 무산되고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있을 지 불투명해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 6·27 대출규제를 통해 이주비 대출을 포함한 모든 주택담보대출(주담대)총액을 6억원 이하로 제한했다. 여기에 10·15 대책에서는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선정하며, 조합원들은 LTV 40% 이상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됐다. 보유하고 있는 물건의 감정평가액이 15억원이 채 되지 않을 경우 6억원도 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해당 조합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시장 분위기 변화로 인해 정부가 더 강한 규제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LH는 물론이고, 금융사나 시공사는 정부 초기 정책을 거스르는 대출을 쉽게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미 이주비 수요조사를 마치고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앞둔 노량진3구역도 날벼락을 맞기는 마찬가지다. 노량진3구역 조합은 조합원들에 “금번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며 주택담보대출비율 축소, 대출한도 축소, 토지거래허가제 등이 발표됐다”며 “정부 정책에 유동성이 있어 확정적인 답변이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
서울 노후 저층주택 지역.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이상섭 기자 |
사실상 서울시나 경기도 지역 내 이주비 대출에 대한 협의를 마친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본 이주비 대출로 충당이 어려울 시 시공사의 신용 보강을 통해 추가 이주비를 조달해야 하는데, 이미 시공사를 선정한 조합들의 경우 이를 추가로 요구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아파트의 입지가 높아지며 최근 들어 사실상 시공사가 ‘갑’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이주비 대출에 대한 요구를 명확하게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처음 재개발·재건축 당시 생각했던 잔금 대출 한도가 대폭 축소되자, 조합원들은 실거주도 매도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1+1 분양’을 선택한 이들의 경우 10·15 대책에 따라 조합원 지위 양도가 어렵다. 이주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조합원은 현금 청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특히 재개발 시장에는 다주택자의 비중이 높다”며 “이들이 투기꾼이라서가 아니라, 원래 살고 있는 집이 있고 새 아파트가 들어설 시 입주하기 위해 추가 매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규제 때문에 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획일적인 대출규제가 조합원들의 발목을 잡으면서 정비사업장의 향후 사업 진행이 지장을 받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은 주택 공급의 80%를 정비사업에 의존하고 있어, 주택 공급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사업시행자(조합)의 이익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