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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되는 중일갈등...한국도 불똥튈까 [채제우의 오지랖]

조선일보 채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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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되는 중일갈등...한국도 불똥튈까 [채제우의 오지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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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지랖입니다. 요즘 동북아의 정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중국과 일본이 연일 거센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데요. 중국은 최근 자국 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령을 내린 데다 일본으로의 희토류 수출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군이 일본 전투기에 ‘레이더 조준’을 하면서 무력 충돌 가능성도 커졌는데요. 갈수록 격화되는 중·일 갈등, 무슨 일인지 오지랖과 같이 알아보시죠.

먼저 이 ‘레이더 조준’ 사태는 뭐냐. 지난 6일, 중국군 항공모함 랴오닝함에서 이륙한 J-15 전투기가 오키나와 인근 공해 상공에서 일본 항공자위대의 F-15 전투기를 두 차례 조준했습니다.

고이즈미 일본 방위상은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면서 “매우 유감스러운 행위”라고 중국에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당연한 일이죠. 누군가가 나에게 레이저를 조준했다는 건, 사실상 공격 준비 신호잖아요? 일본 입장에선 ‘선을 넘었다’고 생각할 만합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최근 중국의 일본 전투기 '레이더 조준' 사태를 두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조선일보 유튜브 '오지랖'

고이즈미 방위상은 최근 중국의 일본 전투기 '레이더 조준' 사태를 두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조선일보 유튜브 '오지랖'


근데 중국은 되레 ‘일본이 적반하장하고 있다’고 맞받아쳤습니다. 중국 해군 대변인은 “랴오닝함 항모 편대가 미야코 해협 동쪽 해역에서 정상적인 비행 훈련을 하고 있었다”며 “일본 자위대 항공기가 반복적으로 해공역에 근접해 중국의 정상 훈련을 방해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국방부 측은 “도적이 도적 잡으라고 고함치는 꼴”, 외교부는 “현재 상황에서 일본이 ‘레이더 조준’ 문제를 내세우는 것은 국제사회를 오도하는 것으로 완전히 다른 속셈이 있다”는 등 공격적인 논평을 내놨습니다.

말뿐인 싸움이 아닙니다. 실제로 이후 오키나와 인근에 있던 중국의 항공모함에서 전투기가 이·착륙을 하는 등 군사적 행동도 뒤따랐습니다. 일본도 즉시 전투기를 출격시켜서 견제를 했고요. 다행히 전투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한쪽이 조금이라도 공격 태세를 취했거나 도발을 했다면 무력 충돌이 벌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습니다.

왜 갑자기 이런 일이 터졌을까요? 전문가들은 최근 일본 정치권의 ‘대만 발언’을 핵심 원인으로 봅니다.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를 비롯해 몇몇 고위 인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이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을 몇 차례 했거든요. ‘하나의 중국’을 국가 정책으로 밀고 있는 공산당 입장에서는 ‘내정 간섭’이자 ‘도발’로 들렸겠죠. 게다가 미·일이 대만 주변에서 공동 방위 훈련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거든요. 중국은 미국과 일본이 손잡고 중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해 안 그래도 불만이 가득했는데, 이번 레이더 사건은 그간 쌓여 있던 긴장이 폭발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항공모함이 오키나와 인근에서 전투기를 띄우는 등 군사적 행동에 나서자, 일본은 즉각 전투기를 띄워 대응했다./조선일보 유튜브 '오지랖'

중국의 항공모함이 오키나와 인근에서 전투기를 띄우는 등 군사적 행동에 나서자, 일본은 즉각 전투기를 띄워 대응했다./조선일보 유튜브 '오지랖'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중국이 아니죠. 중국은 각종 문화적, 경제적 보복책을 들고나와 일본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일이 중국이 일본 기업들 상대로 희토류 수출 허가를 일부러 늦추고 있다는 겁니다. 일본 매체들은 “대만 관련 발언 이후 일본 기업 수십 곳이 희토류 허가를 제때 못 받고 있다”고 보도했죠. 희토류는 전기차, 반도체, 방산 산업의 핵심 소재인데, 중국이 전 세계 생산의 60%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런 독점을 무기 삼아 일본에 ‘우리 마음만 먹으면 희토류 수출을 늦추거나 막아버릴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겁니다.

실제로 과거에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2010년 9월 일본 해역에서 중국 어선이 불법 조업을 하다가 일본 측에 체포당한 일이 있었죠. 이때 중국이 센카쿠열도는 중국의 고유 영토인 댜오위다오라며 즉각 석방을 요구했는데, 이게 안 되니까 자국민의 일본 관광 제한, 희토류 수출 통제 등에 나섰습니다. 결국 일본은 중국인 선장을 석방할 수밖에 없었죠. 그때처럼 이번에도 ‘경제 제재 카드’를 꺼낸 셈입니다.

문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원자재의 해외 수입 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경기 부양에 한껏 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손에 쥔 패는 여전히 중국이 더 많고, 세다는 얘기죠.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일본 기업 수십 곳이 중국 측으로부터 희토류 수입 허가를 제때 못 받고 있다./조선일보 유튜브 '오지랖'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일본 기업 수십 곳이 중국 측으로부터 희토류 수입 허가를 제때 못 받고 있다./조선일보 유튜브 '오지랖'


바로 양옆에 있는 이웃 나라들이 충돌하고 있는데, 괜히 우리나라까지 불똥이 튀는 건 아닐까 걱정입니다. 당장 한국은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데요.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중·일 갈등 상황을 두고 “대한민국 속담에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말이 있다”며 “한쪽 편을 들기보다는 모두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고 가능한 영역에서 갈등을 최소화하고 중재 조정하는 데 역할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했습니다. 이혁 주일 한국 대사도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이 중·일 관계 회복에 약간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죠.

물론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한국은 언제나 외교적으로 ‘투 트랙’ 노선을 취해왔거든요. 중국과 경제적으로 협력하고, 미국·일본과는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식이었죠. 이런 미묘한 줄타기 속에서 말 한마디, 움직임 하나가 외교적 파장을 낳을 수 있는 만큼 한국은 신중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만약 양국의 군사 활동이 더 확대되면, 한반도 주변의 하늘과 바다도 영향을 받을 테니까요.


현 상황도 그렇지만, 동북아는 늘 살얼음판 위에서 걷는 듯한 긴장 관계가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당장 중국과 일본도 민족주의 색채가 강하고, 지도부 입장에서는 이런 이슈가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도 하니까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양측 모두 ‘한 발 물러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죠. 여행 자제 권고, 희토류 수출 지연, 군사적 도발까지. 갈등의 양상이 점점 커지면서, 중국 매체들에선 “중·일 갈등의 2라운드가 시작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요. 세계 곳곳에서 지정학적 갈등이 끊이지 않고, 당장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각자가 씨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갈등이 잘 갈무리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힘들고 여유가 없을수록 작은 불씨가 큰불이 되기까지는 정말 한순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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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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