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규택 국민의힘의원이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형사소송법 일부법률개정안(대안)에 대한 무제한토론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국민의힘이 11일 비쟁점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9일 필리버스터를 했던 법안에 대해서는 대거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필리버스터에서는 지난 9일 나경원 의원의 첫번째 필리버스터 때와 같은 ‘마이크 차단’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에서 가맹사업자에 대한 가맹점주 협상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긴 가맹사업법 개정안 표결이 진행되자 대거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의원 다수를 포함한 재석 의원 241인 중 283인이 찬성표를 던졌고 기권한 의원은 강명구·신성범·주호영 의원 등 3명에 불과했다. 이 법안은 지난 9일 나경원 의원이 “법안에는 찬성한다”면서도 필리버스터를 펼쳤던 법안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등 8대 악법을 막는다는 구실로 자신들이 찬성하는 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했던 셈이다.
이날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돌입한 법안은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으로 같은 당인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률안을 다른 법률안과 통합 조정한 것이다. 시작부터 신경전이 팽팽했다. 우 의장은 곽규택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시작하기 전 “9일 나경원 의원을 제지한 것은 국회법에 따라 합당한 조치”라고 했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곽규택 의원은 발언대 앞에서 90도로 허리를 숙여 수초 동안 우 의장에게 인사했다. 발언대에는 스케치북에 쓰인 글씨를 넘기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처럼 “61년 만에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방해한 곳”이라는 손팻말을 세우고 발언을 시작했다. 곽 의원은 국회법 조항을 의식한 듯 발언 초기에는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에 대해 △투명성 확대에 따른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 침해 △왜곡 재판이 이뤄질 가능성 등을 들어 부작용을 언급했다.
하지만 30분 가량 지난 뒤 곽 의원은 국민의힘이 ‘8대 악법’에 포함시킨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을 비판하며 ‘의제 외 발언’을 시작했다. 곽 의원은 “보수언론과 진보언론 모두가 한 목소리로 위헌임을 경고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헌정질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위헌적 입법 만행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했다. 약 15분 뒤 우 의장이 “안건과 관련없는 얘기다. 안건에 들어가지 않으면 국회법 위반”이라고 경고하자 곽 의원은 “들어가겠다. 많이 준비했다”며 해당 법안에 관한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을 읽기 시작하며 국회법 위반 소지를 피해갔다.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비쟁점 법안 3건에 대해 국민의힘은 14일까지 필리버스터를 계속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이 비쟁점 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등 민생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에 대해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에서 (8대 악법) 법안에 대해 강행처리하려고 하는 입장을 갖고 있어 국민 여러분께 악법 부당성을 호소하고자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하루 정도 법안이 늦어질 수 있지만 비쟁점법안에 대해 시간을 벌어 8대 악법 부당성을 호소드리려는 점을 국민들꼐서 잘 이해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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