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영월 영농조합 간사 피살사건
피고인, 현장 족적 유사해 용의 선상 올랐다 배제
미제사건팀, 현장 샌들과 피고인 샌들 과학수사감정
5번 중 3번 ‘일치’ 결과, 1심선 무기징역 선고
2심, 2번 불일치 결과 주목 ‘무죄’···대법서 확정
피고인, 현장 족적 유사해 용의 선상 올랐다 배제
미제사건팀, 현장 샌들과 피고인 샌들 과학수사감정
5번 중 3번 ‘일치’ 결과, 1심선 무기징역 선고
2심, 2번 불일치 결과 주목 ‘무죄’···대법서 확정
대법원 인터넷 홈페이지 초기 화면 갈무리. |
강원 영월지역의 한 영농조합 간사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피고인이 사건 발생 21년 만에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11일 A씨(60)의 살인 혐의 사건과 관련,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1심은 유죄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핵심 증거인 ‘피 묻은 족적’과 피고인의 샌들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라며 상고를 기각했다.
A씨는 2004년 8월 9일 오후 3시 30분에서 3시 45분 사이 영월군의 한 영농조합 사무실에서 둔기로 B씨(당시 41세·모 영농조합 간사)의 머리를 여러 차례 때리고, 흉기로 목과 배 등을 14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해 7월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수사 초기 범행 현장의 족적과 비슷한 샌들의 주인인 A씨를 용의 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A씨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영월지역의 모 계곡에서 가족 등과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라며 당일 촬영한 물놀이 사진을 제출하는 등 알리바이를 주장해 용의 선상에서 배제됐다.
장기 미제로 남아 있던 이 사건을 수사한 강원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B씨 피살 장소에서 확보한 피 묻은 샌들 족적과 A씨 샌들의 특징점 17개가 99.9%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내용 등을 토대로 2020년 11월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3년 7개월여에 걸쳐 족적 관련 추가 감정을 시행하고, 혈흔 및 DNA 분석, 휴대전화 디지털 증거와 통신내역을 면밀하게 검토한 끝에 A씨를 기소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 현장에 간 적이 없다”라며 “짜 맞추기 수사인 만큼 억울하다”라고 항변했으나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를 인정해 무기징역 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이 사건의 쟁점은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피 묻은 족적’과 피고인의 샌들 간 일치 여부였다.
1심은 일치한다고 판단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이뤄진 총 5번의 족적 감정 결과 3번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 족적 사이에 동일성을 인정할만한 개별적인 특징점이 없다’라고 본 2번의 감정 결과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감정인의 숙련도나 감정 기간, 방법의 차이점 등을 고려해도 일관되게 동일한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라며 “개별 특징점을 발견해 족적이 같다고 본 3번의 감정도 그 특징점이 상이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문이나 DNA 등 다른 보강자료 없이 오로지 족적 감정만 있는 상황에서, 족적 감정 결과만으로는 피고인을 이 사건 범인으로 보기에는 부족해 보인다”라며 “감정 결과의 증명력을 제한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 제출한 간접 증거들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적극적 증거로서 충분하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력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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