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농민회 간사 피살 사건’의 피의자 ㄱ(60)씨가 지난해 6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춘천지검 영월지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범행 현장에 남은 ‘피 묻은 족적’의 당사자로 지목돼 사건 발생 20년 만에 기소된 ‘영월 농민회 간사 살해 사건’의 60대 피고인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1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1심은 유죄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핵심 증거인 ‘피 묻은 족적’과 ㄱ씨의 샌들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ㄱ씨는 2004년 8월9일 오후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농민회 사무실에서 지역의 한 영농조합법인에서 간사로 활동하던 ㄴ(당시 41살)씨의 목과 배 등을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사무실을 출입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데다 ㄴ씨의 반항 흔적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면식범 소행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벌였다. 유력 용의자였던 ㄱ씨는 범행 현장에 간 사실이 없다며 알리바이로 사건 당일 영월의 한 계곡에서 촬영한 물놀이 사진을 제출했다. 결국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한 경찰은 이 사건을 강원지역 대표 장기 미제 강력사건으로 남겨뒀다.
이후 강원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신설된 뒤 재수사가 시작됐고, 경찰은 지난해 7월 ㄱ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이 내세운 증거는 현장에서 나온 족적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족적과 ㄱ씨 샌들 사이에서 17개의 특징점을 찾아냈고, 99.9%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검찰은 범행 동기도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여러 정황과 간접 증거를 통해 범행 현장에 샌들 족적을 남긴 사람이 범인으로 강하게 추정되는데, 피고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몰래 샌들을 신고 범행했을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고, 우연일 확률은 제로(0)에 가깝다”며 ㄱ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족적 감정 결과가 엇갈리고 보강 증거도 없다. 족적만으로는 범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공소사실의 유죄를 추단하게 하는 간접증거나 여러 정황만으로는 ㄱ씨의 살인 혐의를 인정할 만큼 우월한 증명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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