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잉글랜드와 내년 4월 1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평가전을 치른다. 연합뉴스 |
아시아 축구 지형도가 또 한번 흔들린다. 일본 축구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준비의 핵심 일정으로 ‘축구 종가’ 잉글랜드와 웸블리 원정 평가전을 공식 확정했다. 그 무대가 바로 4월 1일 새벽 3시45분(한국시간) ‘축구의 성지’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이다.
한국 팬 입장에서는 뼈저릴 만큼 부러운 스케줄이다. 월드컵 본선에서 유럽 두 팀과 만나야 하는 상황에서, 일본은 아예 유럽의 심장부로 들어가 포트1 잉글랜드를 상대로 대놓고 실전 점검을 받는다.
경기를 발표한 이는 다름 아닌 잉글랜드축구협회(FA)였다. 과거 동아시아 팀과의 평가전 요청이 대개 아시아 쪽에서 먼저 이뤄졌던 것을 감안하면, 이는 상징적 변화다. 이제 유럽 강호들도 일본을 ‘준비용’이 아닌 실력 검증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세계 톱 클래스 잉글랜드와 웸블리에서 싸운다는 것은 큰 기회”라며 “월드컵을 향한 시뮬레이션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일본은 한 단계 위의 무대에서 한 단계 위의 상대와 싸운다.
이에 앞서 잉글랜드가 선택한 두 상대는 놀랍도록 명료하다. 우루과이(랭킹 16위) 그리고 일본(랭킹 18위).
토마스 투헬 감독은 “유럽 이외 강팀과의 대결을 원했다”고 밝히며 일본전을 반겼다. 다시 말해 잉글랜드가 필요로 했던 것은 ‘아시아 팀’이 아니라 일본 자체였다.
잉글랜드와 친선경기를 치르는 일본 축구 대표팀.연합뉴스 |
일본은 이미 A매치 기간 중 오스트리아(월드컵 J조)와의 추가 평가전도 추진하고 있다. 월드컵 본선 맥락에 맞춰 철저히 유럽 팀 중심으로 맞춰가는 일정이다. 아시아 팀 가운데 유일하게 유럽 평가전 연속 확정 → 웸블리 출격 → 포트1 상대로 실전 점검이라는 초호화 로드맵을 가져가는 팀이 된 셈이다.
여기에서 한국 팬의 감정은 복잡해진다.
한국은 최근 몇 년간 아시아·중남미 중심의 평가전 편성이 이어지면서 ‘원정 빅매치’가 뜸해졌다. 반면 일본은 독일·스페인·터키와의 연전, 아시아컵 우승, 올림픽 스타 육성 시스템 결합 등으로 유럽축구계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 결과가 “잉글랜드가 먼저 부르는 아시아 팀 = 일본”이라는 오늘의 현실로 이어진다.
한국 팬에게는 말 그대로 ‘부러운’ 장면이다. 한국 축구가 한때 서 있던 자리, 그 자리에 이제 일본이 올라섰다는 사실을 또렷하게 보여주는 경기이기 때문이다.웸블리에서 울려 퍼질 일본 국가. 포트1 잉글랜드가 최정예로 맞이하는 유럽 원정.
“저 자리에 한국이 있었어야 하는 건 아닌가…”라는 씁쓸한 질문은 결국 팬들의 몫으로 남는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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