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양우혁. 사진제공=KBL |
사진제공=KBL |
[대구=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너무나 치열했던 혈투였다. 살아남은 자는 대구 한국가스공사였다.
가스공사는 10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LG전자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서울 삼성을 80대76으로 눌렀다.
가스공사는 조셉 벨랑겔(15득점, 9어시스트) 라건아(21득점, 12리바운드)가 맹활약했다. 양우혁(6득점)도 번뜩이는 움직임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삼성은 앤드류 니콜슨(24득점, 12리바운드)과 이관희(14득점)가 고군분투.
가스공사는 6승13패로 울산 현대모비스와 함께 9위. 2연패에 빠진 삼성은 8승12패로 공동 8위로 떨어졌다.
삼성 김효범 감독은 "기본적 스크린과 절실함에 대해 얘기했다"고 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삼성은 최근 기복이 있다. 약간 느슨하다.
삼성은 객관적 전력의 열세. 트랜지션과 3점슛을 기본으로 한 팀 컬러를 정립했다. 전체적 방향성은 좋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할 움직임이 있다. 3점슛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스크린이 충실해야 한다. 리바운드도 필요하다. 얼리 오펜스에서 리바운드는 기본이다. 그런데, 이 부분이 잘 되지 않았다. 김 감독이 지난 경기가 끝난 뒤 "(이런 경기력이라면) 3점슛은 필요없다. 절실함이 필요하다"고 말한 배경이다.
그는 "그동안 선수들이 열심히 했지만, 부족한 것은 부족한 것이다. 이제 다시 함께 뛰어야 할 때"라고 했다.
가스공사는 양우혁 임팩트가 있었다. 삼성 라커룸에는 '양우혁 헌팅'이라는 체크 포인트가 쓰여져 있었다.
가스공사 강 혁 감독은 "양우혁이 어느 정도 버텨주고 터치 스위치(좀 더 나은 매치업 상대와 순간적으로 바꿔막는 스위치 수비. 긴급정지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 스크램(scram) 스위치와 같은 의미)를 한다면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우혁은 이날 주전이었다. 강 감독은 "플레이에 기대가 되는 선수이자 동시에 고교를 갓 졸업한 신인 선수다. 많은 기대를 할 필요는 없다. 미드 레인지 게임에 대해서 장기적으로 강조하고 있고, 파워를 기른다면 매우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경기가 시작됐다.
사진제공=KBL |
▶전반
1쿼터 삼성이 압도했다. 삼성은 이대성 이관희 신동혁 이원석, 앤드류 니콜슨이 선발이었다. 저스틴 구탕은 가벼운 발목 부상으로 이날 선수단과 동행하지 않았다.
가스공사는 조셉 벨랑겔, 양우석, 신승민, 김준일, 닉 퍼킨스가 선발.
전체적으로 삼성의 높이가 우위였다. 양우혁의 매치업 헌팅을 할 필요가 없었다. 니콜슨이 내외곽에서 퍼킨스를 앞에 두고 효율적 공격을 했고, 이대성 이관희가 번갈아 공략했다. 이원석이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내면서 풋백 득점하기도 했다.
삼성이 리드를 잡기 시작했다.
양우혁은 리바운드를 잡은 뒤 한 차례 아크로바틱한 속공 장면을 연출했다. 단, 삼성은 이관희가 얼리 오펜스에 의한 코너 3점슛 2방을 터뜨렸고, 1쿼터 마지막 니콜슨이 김준일의 파울을 이끌어내면서 버저비터 3점포를 터뜨렸다. 30-20, 삼성의 리드로 1쿼터 종료.
양팀 모두 2쿼터는 '기어'를 바꿨다. 삼성은 2쿼터 초반부터 이근휘 한호빈의 3점포가 잇따라 터졌다. 2대2 스크린을 이용한 공격이었다. 가스공사의 압박이 나쁘지 않았지만, 순간적 오픈 찬스를 제대로 활용. 삼성의 3점 슈팅 감각이 워낙 좋았다. 반면 가스공사는 정성우와 라건아를 중심으로 한 공격 효율이 좋지 않았다.
삼성은 2쿼터 중반부터 변형 지역방어를 사용했다. 가스공사는 이 늪에 허우적 거렸다. 라건아는 공수에서 부진했고, 김준일도 좋지 않았다. 외곽 수비에 초점을 맞춘 지역방어에 가스공사는 오픈 3점슛 찬스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단조로운 골밑 공략을 계속했다. 결국 2쿼터 50-35, 15점 차 삼성의 리드로 끝났다.
사진제공=KBL |
▶후반
2쿼터 쉬었던 양우혁이 다시 투입됐다. 퍼킨스와 픽앤팝. 깔끔하게 성공했다. 이후, 스크린을 타면서 헤지테이션을 활용, 골밑 돌파 플로터를 성공시켰다. 삼성의 작전타임.
확실히 양우혁과 벨랑겔의 더블 핸들러 시스템을 가동하자, 가스공사의 공격 루트는 다채로웠다.
가스공사는 두 차례 속공을 만들어내면서 흐름을 이어갔다. 드디어 한 자릿수 차이로 좁혀졌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퍼킨스가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쳤다. 불필요한 공격자 파울도 있었다.
삼성은 코너 신동혁의 3점포가 터졌다. 그러자, 가스공사는 극단적 스리가드(벨랑겔 정성우 양우혁) 시스템을 가동했다. 포스트에는 라건아를 박아놨다.
삼성은 팀 파울 상태. 라건아의 골밑 공격, 삼성의 파울이 이어졌다. 정성우의 스틸로 인한 속공 득점. 가스공사의 압박 강도가 강해졌다. 양우혁과 라건아의 2대2. 라건아가 골밑에서 득점.
61-54, 7점 차까지 추격했다. 결국 67-60, 7점 차 삼성의 리드로 3쿼터 종료.
4쿼터 가스공사의 추격이 더욱 거세졌다. 벨랑겔의 플로터가 우아한 곡선을 그으며 림을 통과했다. 가스공사는 여전히 3쿼터 사용했던 풀 코트 프레스에 의한 스위치 디펜스. 양우혁의 속공 득점. 이후 신승민까지 속공으로 득점했다. 스리가드의 최대 장점인 경기 스피드를 삼성이 당해내지 못했다. 삼성의 작전타임. 70-69, 1점 차로 바짝 추격한 가스공사였다.
벨랑겔이 라건아와 2대2. 플로터 득점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삼성은 니콜슨이 돌파 이후 패스 미스. 분위기는 완전히 가스공사 편이었다.
양우혁이 슈퍼 플레이를 했다. 벨랑겔의 치고 들어간 뒤 코너 양우혁에게 절묘한 패스. 양우혁은 페이크를 쓴 뒤 그대로 치고 들어가면서 니콜슨의 블록슛을 넘는 스쿱샷을 성공시켰다.
삼성은 이관희가 침착한 미드점퍼로 가스공사의 상승세에 제동을 걸었다.
변수가 발생했다. 양우혁이 3분6초를 남기고 파울아웃. 니콜슨은 파울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 삼성의 재역전.
76-76 동점 상황, 경기종료 52.4초를 남기고 라건아가 포스트에서 니콜슨의 집요한 수비를 뚫고 골밑 슛을 성공시켰다. 12.8초를 남기고 삼성은 동점 기회. 이원석의 자유투 2개. 1구가 실패했다. 체육관 데시벨이 최대치를 찍었다. 2구도 실패. 가스공사가 믿기지 않은 역전승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가스공사는 15점 차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3쿼터 극단적 스리가드가 통했다. 라건아가 포스트에서 좋은 역할을 했고, 트랜지션을 극대화했다.
양우혁은 6득점을 했지만, 확실히 움직임마다 강렬함이 있었다. 게다가 그가 코트에 배치되면서, 가스공사의 공격 루트는 자연스럽게 다변화됐다. 더블 볼 핸들러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게 됐고, 상대 수비에 대한 견제가 확실히 들어온다. 이런 그래비티가 자연스럽게 발생된다. 가스공사의 15점 차 역전승은 우연이 아니었다.
삼성은 초반 3점포와 수비 압박이 모두 좋았다. 하지만, 후반 경기력은 기복이 심했다. 가스공사의 변형 스리가드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대구=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