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손흥민이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홈에서 값진 승리를 거두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 희망을 키웠다.
토트넘은 10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페이즈 6차전에서 슬라비아 프라하를 3-0으로 꺾었다.
직전 파리 생제르맹(PSG)전 3-5 패배 충격을 털어내고 챔피언스리그에서 세 번째 홈 승리를 챙긴 토트넘은 승점 11(3승2무1패)을 확보, 순위를 16위에서 9위까지 끌어올리며 토마스 프랑크 감독 체제의 반전 가능성을 높였다.
무엇보다 이날 경기는 지난여름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LAFC로 이적한 손흥민의 정식 고별 인사가 성사된 날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끝 무렵 팬들에게 제대로 작별을 하지 못했지만, 그 이후 처음으로 홈팬 앞에 섰다.
경기 전 스타디움 대형 스크린에는 런던에 도착한 손흥민의 영상이 소개됐다. 손흥민은 경기장 입구에서 기념 벽화를 찾아 사진을 찍고 사인을 남긴 뒤 경기장 내부로 입장해 옛 동료들과 반가운 재회를 나눴다.
굴리엘모 비카리오와 포옹을 나누었고, 장기 부상 중인 제임스 매디슨과도 벤치 앞에서 긴 포옹을 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경기 시작 직전, 토트넘이 준비한 기념패를 전달받은 손흥민은 마이크를 잡고 관중에게 직접 감동적인 인사말을 남기기도 했다.
홈팀 토트넘은 이날 4-2-3-1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골문을 지키고, 페드로 포로, 크리스티안 로메로, 미키 판더펜, 제드 스펜스가 포백을 구성했다. 중원에는 주앙 팔리냐와 아치 그레이가 나섰고, 2선은 사비 시몬스와 모하메드 쿠두스, 윌슨 오도베르가 배치되었다. 최전방에는 히샬리송이 선발 출격했다.
이에 맞선 슬라비아는 4-5-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인드리지흐 스타넥이 골키퍼로 나섰고, 다비드 지마, 이고 오그부, 스테판 찰루페크, 토마스 홀레슈가 백3를 구성했다. 중원에는 유수파 사냉, 미칼 사딜렉, 루카스 프로보트, 다비드 모지스, 다비드 도우데라가 배치됐고, 최전방 원톱으로는 모이미르 치틸이 선발로 나섰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토트넘이 장악했다. 전반 1분 오도베르가 스피드로 상대를 제치고 올린 낮고 빠른 크로스가 중앙의 히샬리송에게 정확히 향했으나, 히샬리송의 마무리가 골키퍼 정면으로 향해 아쉬움을 남겼다.
전반 6분에는 시몬스의 재치 있는 패스로 침투 기회를 얻은 포로의 슛이 찰루페크의 몸을 맞고 막혔다.
슬라비아도 반격했다. 전반 11분 사냉이 드리블로 역습을 이끌며 도우데라에게 연결했고, 도우데라의 하프발리 슈팅이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하지만 토트넘의 기세가 거셌다. 전반 12분 시몬스가 거친 태클에 넘어졌지만 공이 히샬리송에게 흘렀고, 히샬리송의 강한 슈팅을 골키퍼 스타넥이 다시 막아냈고, 전반 20분에는 쿠두스가 왼쪽 측면에서 지마를 제치고 올린 크로스가 오도베르에게 향했지만 마지막 순간 홀레슈가 몸을 날려 걷어냈다.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붓던 토트넘은 전반 26분 결국 골을 만들었다. 포로의 날카로운 코너킥을 로메로가 헤더로 방향을 틀었고, 이 공이 지마의 머리에 맞고 그대로 자책골이 됐다.
이후 양 팀은 공방을 이었지만 전반은 토트넘의 1-0 리드로 마무리됐다.
토트넘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결정적 찬스를 얻었다. 포로가 우측에서 공을 잡았을 때 사냉이 불필요한 태클을 범하며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결국 후반 5분 키커로 나선 쿠두스는 침착하게 왼쪽 상단 구석으로 차 넣어 2-0을 만들었다.
후반 초반부터 포문이 열린 토트넘은 후반 6분 오도베르가 강한 슈팅을 날렸으나 스타넥이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다시 선방했다.
8분에는 슬라비아가 갑작스럽게 역습을 시도했지만 프로보트의 하프발리가 골문을 비껴가며 절호의 찬스를 놓쳤다.
후반 13분 토트넘은 쿠두스와 그레이를 빼고 파페 마테 사르와 마티스 텔을 투입하며 중원 에너지를 강화했다.
후반 15분 슬라비아도 치틸, 지마, 찰루페크를 빼고 토마스 비첵, 에릭 프레코프, 크리스토스 자페이리스 등을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다.
후반 17분 텔의 중거리 슈팅과 사르의 재차 슈팅을 스타넥이 연이어 막아내며 이날 슬라비아 골키퍼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임을 입증했다.
후반 22분 프랑크 감독은 포로와 히샬리송을 빼고 벤 데이비스와 랑달 콜로 무아니를 투입했다.
후반 23분 체력 안배 속에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은 토트넘은 후반 27분 박스 안에서 공을 받은 무아니가 가슴 트래핑으로 공을 내줬고 이를 이어받은 시몬스가 박스 안에서 오그부의 파울을 얻어냈다. 페널티킥 키러로 나선 시몬스는 골키퍼 손에 스치며 들어가는 정확한 오른발 킥으로 3-0을 만들었다. 이는 그의 토트넘 소속 첫 챔피언스리그 득점이다.
후반 막판까지 슬라비아가 만회골을 노렸으나 추가 골은 나오지 않았다. 경기는 그대로 토트넘의 3-0 완승으로 종료됐다.
토트넘의 이번 승리는 충분히 값지다. 세 골 모두 상대 수비 실수에서 비롯된 장면이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강력한 전방 압박과 빠른 사이드 전개가 상대를 흔들어 만든 결과였다.
프랑크 감독 체제 들어 홈 경기에서 쉽게 이기지 못했던 토트넘이 최근 홈 2연승과 챔피언스리그 3경기 무패를 이어간 점도 중요하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손흥민은 경기 내내 환호하며 동료들의 득점에 기뻐했고, 마지막까지 팬들과 함께 승리를 만끽했다.
팀은 그의 고별 무대에 멋진 승리로 화답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
